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육상생활에 적응한 식물은 뭘까? 바로 이끼다. 이끼는 양지바른 곳이 아니라 그늘지고 습한 곳에 주로 자라며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 남·북극 빙하지역에서도 살 정도로 혹독한 환경도 잘 견디는 생명력 강한 식물이다.

지난 달 열린 ‘2011 대한민국 조경박람회’에서 케스코조경(주)(대표 김화중)은 이런 ‘이끼’를 이용해 이끼정원과 벽면녹화 시공 사례를 보여줘 전문가와 일반인까지 관람객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전시기간 뿐 아니라 끝난 후에도 문의전화가 쇄도해 오히려 이 회사 내부에서 ‘놀랐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끼는 습기가 많아 실내 공기정화에도 효과적이며 휴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동해 위험도 적다. ‘헛뿌리’로 명명되는 이끼의 뿌리는 양분과 물이 지나가는 관이 따로 없고 단지 물체를 땅에 붙이는 역할을 한다. 뿌리가 어디에 부착돼 있어도 잎만 살아있다면 생존의 문제가 없어 응용하기도 편하다는 얘기기도 하다. 고목에 이끼로 한껏 모양을 내거나 이끼만으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녹색조형물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이끼는 뿌리로 크거나 잔디처럼 런너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간 확장능력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잎 자체의 성장도 한계가 있다. 잔디처럼 정기적으로 정리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므로, 관리에 손이 덜 간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대신 초기에 숨겨진 작은 잎들이 조금씩 자라 밀도가 높아져 시간이 지나면 녹지공간이 풍성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끼를 대량생산하는 곳이 없었다.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에 비해 그 수익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스코조경에 따르면 종균을 배양해 벽면 등 녹화에 이용될 수 있는 품질의 이끼를 생산하기까지는 5~6개월이 소요된다. 우리나라의 벼농사와 맞먹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끼가 필요한 곳에는 인조이끼를 쓰거나 불법채취한 이끼를 사용해 왔다. 이끼가 녹화에 널리 적용되지 못했던 이유다.

▲ 이끼연구소
코오롱건설의 자회사인 케스코조경은 사업 확장을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나서다가 ‘이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9년 말경이다.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이를 위한 TF팀을 구성하는 등 이끼 특화사업을 시작했다. 소량일지라도 그동안 이끼를 재배 혹은 유통해왔던 전문가를 찾아서 조언을 듣고 직접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그 결과 현재는 이천에 1000평 부지에 7동의 실내 이끼배양지에 대량생산하고 있다. 질감이 좋고 연한 녹색빛으로 색감도 우수한 ‘참깃털이끼’가 대규모로 생산되고 있는 것. 이외에도 질감 측면은 참깃털이끼보다 떨어지지만 건조에 강하고 실외용으로 이용하기 좋은 ‘모래이끼’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또 본사와 가까이에 이끼연구소를 두고 표본 제작 및 실험 그리고 홍보를 위한 전시장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일부 종묘도 배양돼 이천으로 보내지기도 한다.

김재영 케스코조경 차장은 “벽면 및 정원 녹화에 이끼를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이끼를 필요하다. 하지만 그 물량을 기계에서 찍어내듯 생산할 수가 없다. 사용량은 많은데 유통 마진은 낮고 또 재배기간 역시 짧지 않아 지금까지 대량으로 생산되지 못했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시공 부분의 기술을 특화해 경쟁력을 높였다. 그리고 이천에 조성한 농장을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향후 그 생산량을 배가시킬 수 있는 방안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참깃털이끼를 대량생산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색감 및 질감이 좋아 시공 후 만족도가 높다는 점 외에도 뿌리가 서로 엮이면서 자라 흩어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지녔다. 초기 종묘배양 시에는 모판에 구성하지만 향후 뿌리가 얽혀 자라면서 모판이 없어도 흩어지지 않고 고정돼 있게 되는 것이다.

참깃털이끼는 이미 주차장 벽면녹화, 실내정원, 옥상녹화 등 6개 현장에 시공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산과 연결된 한 주택 내 정원 전체를 이끼로 디자인해 청록의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 ‘이끼정원’이라는 새로운 공간연출을 선보였다. 이곳은 바닥과 돌, 나무 등을 정리하고 관수관을 매설한 후 이끼 부착작업을 하고 돌, 고사목 등 오브제를 배치해 사계절 푸른 경관을 연출하는 이끼정원으로 조성했다.

지난 3월에는 태양열, 지열, 풍력 등을 친환경 기술을 연구하는 친환경기술연구소의 모델하우스의 벽면과 옥상에 녹화에도 이끼를 사용했다. 이외에 구미 공장 주차장에도 벽면녹화를 시도했다. 이로 인해 딱딱했던 기존 주차장이 180도 변신, 오히려 친환경 건물이미지를 자아냈다.

최근 이 회사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자체개발 이끼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 ‘이끼소리’라는 이름까지 앞서 지어진 이 소재는 참깃털이끼의 장점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건조에 강한 모래이끼의 장점도 갖도록 연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궁극적으로 가야할 방향이 이 이끼라는 점도 언급했다. 브랜드를 ‘이끼소리’로 지은 것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이 회사 측은 지금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다는 것.

김 차장은 “기존에 이끼가 소규모 가내수공업처럼 추진됐다면 이제야 규격화 및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라면서 “앞으로 더 성장한 이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끼 자체의 제품도 높아지겠지만 시공 범위 및 질도 확대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추장하는 최종 목표는 ‘태고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이끼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이끼가 가진 강점을 극대화시켜 더 다양한 곳에 그리고 또 한층 더 자연공간다운 녹화를 시도해 가겠다는 목표다.


■ 시공방법
 
▲ 이끼연구소













▲ ② 물안개 등 관수시스템 설치













▲ ③ 벽면에 이끼 식생대 설치












▲ ④ 마사, 고목, 돌 등의 소재로 이끼 정원형태 조성













▲ 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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