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파고라’
이 명칭을 듣고 빗물 무늬 혹은 빗물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파고라를 떠올렸다면 미안하지만 틀린 답이다.

(주)예건(대표 노영일)이 지난 6월 ‘대한민국 조경박람회’를 통해 선보인 빗물파고라는 디자인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시스템이었다. 조경시설물에 빗물저장시스템을 접목시킨 국내 첫 사례인 것이다.

▲ 테라코타형 디자인의 빗물저장시스템
이 시스템은 빗물저장탱크를 통해 저장해 둔 빗물을 파고라 벽면과 바닥면에 흘려 보내 청량감을 높이고 또 식생공간용 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자원’과 ‘친환경’에 대한 고민을 시설물로 풀어놓은 환경 파고라인 셈이다.

노영일 대표는 이 시설물을 설명하면서 제주도 ‘촘항’의 지혜를 함께 언급했다.
예로부터 물이 귀했던 제주도에서는 큰 나무에 떨어진 빗물을 커다란 항아리인 촘항에 저장해 이용했는데, 나무껍질이나 띠풀은 물의 여과를 도와주며 저장 공간인 항아리 역시 항균 및 정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수개월 동한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선조의 지혜를 이어받아, 빗물을 현대적인 시설물인 파고라·놀이시설·텃밭 등에 적용한 빗물저장활용시스템이라는 얘기다.

그는 “조경에서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 물”이라면서 “이 물을 그저 분수 등 수경시설로 사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빗물을 모아 다시 이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조경시설’ 기능성 부각…‘빗물’ 사용 영역 확장

‘물’을 재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방안은 이미 수년전부터 독일 등 선진국들이 앞서 고민해 왔으며 현재 정부 정책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부터 그 변화에 가세했다. 올해 환경부는 ‘물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으며 본격적인 실행을 위한 방안들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특히 6월에는 택지개발 및 관광단지에서는 물 재이용시설 설치가 의무화하는 입법예고안이 마련된 바 있으며 울산시는 ‘빗물·오수 재활용 촉진 조례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47개 지방자치단체들도 빗물관리시설 설치 관련 조례가 제정 중에 있다. 

예건이 개발한 ‘빗물 활용 시스템’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바로 이런 중요 관심사인 빗물 재이용시설을 사용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조경 구간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조경박람회를 통해 처음 선봬 호평을 받은 바 있는 빗물 파고라는 지하 혹은 지상에 배치된 빗물저장탱크의 물을 파고라 벽면에 설치된 돌망태를 타고 흘러내릴 수 있도록 떨어뜨려준다. 이로써 파고라 주변 온도를 낮춰줄 뿐 아니라 하부에 배치한 식생공간에 수분을 공급해 준다. 또한 바닥면에 작은 물길을 만들어 청량감을 한층 높일 수도 있다.
▲ 벽면수경녹화파고라(왼쪽)와 빗물로 더욱 즐거워진 놀이터(오른쪽)

이 빗물은 공원 및 일반 가정의 텃밭이나 화단 용수로도 이용된다. 이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빗물은 일반 상수도보다 미네랄 등 식물에 유익한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생육 상태도 더욱 좋다.

정화된 빗물은 어린이놀이터에서 역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아이들의 지능발달에 효과적인 놀이로 손꼽히는 두 소재 ‘모래’와 ‘물’이 만나 가격은 낮추면서도 오히려 놀이의 기능성을 높인 어린이들의 공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모래놀이터 주변에 흐를 수 있도록 수변 공간을 배치함으로써 모래놀이를 물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수변 공간에 배를 띠우는 등의 물놀이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원 내에 설치될 경우, 수목이나 잔디관리에도 빗물을 활용할 수 있으며 소방용수나 청소용수 등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이 시스템에 적용된 빗물저장탱크는 기술력과 안전성에 널리 인정받고 있는 세계적인 빗물시스템 기업인 독일 그라프와의 기술 제휴했다. 재활용 원료인 인체에 무해한 폴리에틸렌을 이용한 이 제품은 사용 후 다시 재활용될 수 있어 환경적인 부담이 적다. 고리형 체결 방식으로 공구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또 물이 유입되는 관 입구에는 다운파이프필터가 설치돼 있는데 이 과정을 통해 빗물 속에 섞인 각종 이물질은 자동으로 분리된다. 이와 함께 침전물의 상승을 막아줄 수 있는 트랩이 설치돼 있으며 10cm 아래 배치된 흡입관을 통해 깨끗한 수질의 물만을 내보내게 된다.

“빗물은 이젠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하는 노 대표는 “빗물저장활용시스템은 자연에너지와 녹색기술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도시환경 창조를 위한 예건의 도전”이라고 정리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또 환경적으로 도움될 수 있도록 빗물 등을 활용한 환경 조경시설물을 앞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공원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그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며 이런 시대적 요구에 한발 앞장 서 이뤄내는 제품을 꾸준히 준비해 갈 것이라는 목표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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