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쇄원 대봉대(待鳳臺)라는 작은 모정에 앉아 보이는 풍광. 시 한편이 절로 나올 법 하다.

‘대나무의 고장’이라 일컬어지는 전남 담양에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중암천 줄기 따라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리한 많은 누정(樓亭)들과 그 안에서 피어난 시가문학이다.

이번 10월 뚜벅이 프로젝트는 ‘누정 및 시가문학이 있는 담양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담양군에 위치한 소쇄원을 비롯해 독수정, 식영정, 명옥헌, 송강정, 면앙정 등 6곳의 누정 등을 방문했다. 이에 함께 각각의 누정에 얽힌 역사적 배경을 놓치지 않기 위한 문화해설사의 해설이 곁들여졌다.

“십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 지어내니 / 한칸은 청풍이요 한칸은 명월이라 /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송순이 이번 답사지의 한 곳인 면앙정에서 지었다는 이 시조는 우리가 보고자 했던 한국 조경의 참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이번 답사는 최소한의 인공적 요소를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자연의 질서에 위배되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풍광에 이끌려 시조 한편이 절로 나올 법한 풍경을 만들어 낼 줄 알았던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전통 조경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소쇄원은 화창한 날씨 덕분에 그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흔히 소쇄원을 ‘빛과 소리의 정원’이라 부른다. 입구의 무성한 대나무 숲에서 나는 ‘사각이는 소리’, 광풍각 앞을 흐르는 시내의 ‘물 흐르는 소리’, 우거진 녹음에서 들려오는 ‘새, 풀벌레 소리’ 가 어울어지고, 대나무 숲의 어두움과 쏟아지는 빛을 오롯이 받고 있는 원림의 앞마당, 제월당이 있다.

이런 소쇄원의 평화로우면서도 변화무쌍한 풍경은 많은 문인들의 시와 그림으로 나타났는데,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김인후는 소쇄원을 이렇게 노래했다고 한다.

“대숲 너머 부는 바람은 귀를 맑게 하고 / 시냇가의 밝은 달은 마음을 비추네 / 깊은 숲은 상쾌한 기운을 전하고 / 엷은 그늘 흩날려라 치솟는 아지랑이 기운 / 술이 익어 살며시 취기가 돌고 / 시를 지어 흥얼노래 자주 나오네 / 한밤중에 들려오는 처량한 울음 / 피눈물 자아내는 소쩍새 아닌가” 

이번 뚜벅이 프로젝트는 하루 동안 6곳의 누정과 관방제림, 메타세콰이어길까지 둘러봐야 하는 고된 여정임에도, 한국 누정과 원림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아올수 있었기에 40여명의 뚜벅이 참가자들 모두가 시 한자락 읖조릴 수 있는 ‘또 다른 문인’이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