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중파 방송 중 인기를 끌고 있는 ‘1박2일’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게임을 통하여 패자가 결정되면 굶는다던지 야외취침 등의 벌칙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 게임에서 이긴 승자가 ‘나만 아니면 돼!’ 라는 다소 희화적인 표현이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TV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현실과 달리 재미와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하여 시청자들의 흥미로운 감정을 유발하여 시청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런 표현이 현실에 적용이 되고 그 반대의 당사자가 본인이라면 매우 서운하게 되고 화가 나다가 나중에는 자포자기가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 조경이 대외적으로 처해 있는 상황을 보면 마치 게임의 패자마냥 벌칙이나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임의 패자가 되지 않으려고 ‘조경기본법’을 제정하여 업역을 인정받고 법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조경계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힘이 약해서인지 진도는 아주 느리게 진척이 되고 있고 결정권을 가진 국회에서는 이해관계의 다툼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해볼 시간을 갖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게다가 ‘건축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조경의 영역이 건축 영역의 하부 공종으로 부속시키려는 움직임이 있고 ‘도시숲법 제정안’이 발의되어 조경의 영역이 송두리째 ‘숲’이라는 이름의 산림 영역으로 둔갑될 수 있는 위기에 서 있다.

그러나 지금 조경계는 일부 단체의 집행부 말고는 이런한 상황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조경의 존립 여부가 풍전등화 앞에 서 있는데 ‘나는 그 앞에 서있지 않다’는 식의 생각이 있는지, 아니면 귀찮은 생각으로 있는지, 그도 아니면 이런 상황 자체를 모르는 것인지 하여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조경계는 과거에도 업역 축소 등의 법안 발의나 행정적인 조치가 생길 때마다 함께 힘을 모아서 저지시킨 적이 몇 차례 있다. 그것은 조경계의 리더들이 사활을 걸고 조경의 권리를 함께 지킨 노력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힘 있는 단체에서는 국회의원도 탄생시키고 정책적으로 업역 분업을 하려 하면 강력한 파워로 뭉쳐서 무산시키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왔다. 그런데 조경계는 자기 살 길만 챙겨서인지 단체 활동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

전국의 50개가 넘는 대학의 조경학과가 20개 이하로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인데도 강 건너 불구경이다. ‘조경’이란 이름으로 그동안 혜택을 받고 앞날의 편안함을 보장받은 리더들이 이제는 같이 고민하고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보신위주의 생각보다 참여하고 행동하여 조경을 지켜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어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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