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대 대구광역시 도시디자인총괄본부장


오늘날 대구의 도시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난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치르면서 전세계에 생중계됐던 대구시 도시 이미지를 들 수가 있다. 화면에 잡힌 가로경관이나 헬기에서 내려 본 시가지 모두 잘 정돈돼 있어서 당시에 화제가 됐다. 대구시민들조차 “저게 대구 맞나?” 할 정도였다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2008년경부터 전국 광역지자체에 공공디자인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외부에서 총괄책임자 영입이 붐이 일었는데, 김범일 대구시장은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던 김영대 본부장을 발탁했다.

당시 서울시는 ‘공공디자인 대부’로 불리던 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를 디자인총괄본부장으로 임명했지만 2년 임기가 끝나고 학교로 복귀하면서 부시장급이던 본부 직제가 축소·통합됐고, 지난해 오세훈 시장 사퇴 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에는 그동안 펼쳐왔던 정책들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됐다.

이처럼 다른 지자체들이 본부장을 교체해가며 정책 중심이 흔들리고 있을 때 대구시 공공디자인·도시디자인 정책들은 일관성을 유지해가며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조경을 공부한 하버드 출신의 김영대 본부장이 있었다.

한국조경신문에서는 창간 4주년을 맞아 조경·건축·디자인 분야에서 융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영대 본부장(영남대 건축디자인대학원 교수)을 ‘오늘의 인물’로 선정해 대구시의 선진사례를 조명하고 우리나라 대도시 디자인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대담 : 정대헌 편집국장, 정리 : 박선영 기자>

학자에서 공직자로의 변신, 3년8개월동안 소감은?
2008년 8월 5일 조직이 생기면서 초대 본부장을 맡게 됐다. 인원이 많지 않지만 현재 22명으로 늘었다. 처음 1년 가까이는 대구의 도시디자인의 개념을 잡는데 힘썼다. 도시디자인의 근간이 되는 비전과 전략의 틀을 만든 것이다.
공공이라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공감을 만들어서 설득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처음 2년쯤 하니까 이거는 시작도 하지 않은 것만 못한 상황이었고, 다시 2년의 계약 연장을 하게 됐다. 대구의 도시디자인을 다함께 만들어서 지방의 도시도 잘 돼야 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했다.

신설 조직으로서 애로사항은 없었나?
도시디자인총괄본부가 설립된 기본 취지는 도시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도시설계·건축·조경·디자인계 모두를 다 아우르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부서장이 누구냐에 따라서 정책 방향에서 상당히 차이가 날 수 있다. 디자인은 본래 감성적이고 정답을 한 개만 고르기가 어려운분야인데 행정시스템에 따라 결재라인과 결합해서 ‘디자인행정’을 개척하려고 하니 쉽지가 않았다.
본부에 와 보니까 이미 다른 부서에 업무 소관이 다 정해져 있어서 우리 업무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당시 그 중에서 빠져 있었던 게 경관이었다. 그래서 그 중심으로 작업들을 진행해서 경관기본계획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또 공공디자인가이드라인도 수립했다.

 

 

▲ 대구광역시 김범일 시장(사진 우측)과 김영대 본부장

 

 


김범일 시장의 정책 의지도 중요한데?
우선은 도시다지인 정책이 정책과 합의에 의해서 일관되게 운용될 수 있는 틀이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는 단체장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본부는 대변인실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시장 직속 기구이다. 그만큼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시장님도 기회가 될 때마다 공무원들에게 디자인 마인드를 심어달라고 요청하신다. 그렇지만, 시 재정이 열악하니까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해서 안타까워 하신다. 그래서 우리 본부는 차선책으로 개발한 것이 저예산·비예산 사업들이다.

저예산·비예산 사업이라면, 어떤 것인가?
굳이 표현을 하자면 ‘소프트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콘텐츠·스토리텔링 디자인 등으로 표현되는 것들인데, 한마디로 돈 적게 들여서 큰 효과를 얻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는 국가기조인 도시재생과도 방향이 잘 맞는다. 대표적으로 ‘앞산전망대’ 사업을 들 수 있는데 2억5천만원의 예산으로 대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식으로 부득이하게 작은 것들을 작업하고 있다.

도시브랜드위원회는 어떻게 운영되나?
지방도시 중에서는 우리가 브랜드위원회를 가장 먼저 만들었을 것이다. 1년이 훨씬 넘었다. 위원장을 행정부시장으로 해서 대구의 도시 관련 정책들을 컨트럴 할 수 있도록 기구를 구성했다. 여기에는 도시디자인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환경 등 관련 국장들이 다 들어와 있다. 현재는 ‘대구 브랜드 마케팅’ 용역을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시민 참여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데?
몇해 전부터 ‘도시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시의회나 구·군의 호응이 좋고 주민들의 평가가 좋아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원래 기본취지는 국토해양부 국토활력조성사업을 위해 시작했지만, 주민 참여와 관심도가 높아서 올해는 상반기부터 시작하고 있다. 일선 구에서 구비까지 지원하기도 한다.

애로사항 해결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우선은 제도적인 틀을 구축하는데 노력했다. 우리 본부가 운영하고 있는 경관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고, 브랜드위원회에서는 큰 방향을 잡아 나갈 수 있도록 정착시켰다. 그리고 시청 내부적으로 디자인협의제 만들어 모든 사업에 기준을 정해놓고 거기에 해당하면 우리에게 확인을 받도록 하였고, 또 디자인지원제를 도입해 각 부서에서 시행하는 사업 초기에 우리가 방향을 잡아 그림 그려주는 역할을 맡아서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약방의 감초 역할이 되어 때로는 설득의 노하우를 발휘하기도 한다.

공직에서의 중책은 개인적으로도 소중하지만, 업계나 학계에서도 큰 자산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기여할 계획은?
우선은 이 자리를 잘 마무리를 해야 할 것이고, 소중한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기여를 하겠다. 학교로 다시 돌아간다면 학자로서의 역할이 되겠고, 또다른 기회가 주어된다면 어디가 됐든 그 위치에 맞는 사명감에 충실하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 도시디자인 정책이 위축됐다는데?
다른 지자체에서는 책임지가 바뀌고 기구가 축소되면서 위축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지만, 우리 시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동안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면서 우리 본부가 제일 떠드는 편이라고들 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시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와 퀄리티를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도시디자인’의 핵심은 경제가 잘 되도록 하는 디자인, 복지가 향상되도록 하는 디자인,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최근 도시디자인 정책이 위축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과연 그동안 추진해 왔던 공공디자인 위주 프로젝트들이 얼마나 복지와 경제, 환경과 직결되었는지를 먼저 평가해 봤으면 좋겠다.  


김영대 대구광역시 도시디자인총괄본부장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졸업(1974)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학 석사(1977)
미국 하버드대학교 조경디자인학 석사(1989)

주요경력
영남대학교 조경학과 전임교수(1980. 9. 1~)
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2000~02)
영남대학교 건축디자인대학원 교수(2003. 3.1~)
건설교통부 기술위원(2004~06)
환경시설 민간투자사업평가단 평가위원(2004~07)
제1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초대작가(2004. 7)
영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2008. 3. 1~)
대구광역시 도시디자인총괄본부장(2008. 8.5~현재)


학.협회 활동
한국조경학회 이사  한국도시설계학회 정회원  한국건축가협회 정회원

주요저서 및 표창
<조경설계론> 기문당 (1999), <도시경관계획 및 관리> 문운당 (2005)
 <서양조경사> 문운당 (2006, 문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 등
 밀레니엄공원 기본계획 표창 (2002, 서울특별시장)
 세계조경가협회 동부지역 우수상 : 솟대마당과 하늘솟대 (2005) 등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