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공원의 리모델링 개념을 도입한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숱한 화제를 모으며 막을 내린지 1년 9개월 됐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노후화된 기존 공원에 전문가, 기업, 시민의 참여로 다양한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정원문화 확산과 공원활성화에 목적을 두고 시작됐다. 나아가 조성된 정원들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공원 속 정원문화 메카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시민참여형 거버넌스 방식으로 정원을 관리하겠다는 포부속에 정원문화박람회는 화려한 행사로 치러졌다.

박람회가 끝나고 2년이 지닌 지금 행사장으로 사용되고 전시됐던 정원들이 남아 있는 옥구공원은 큰 틀에서는 변화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원으로 자리잡았다. 다만 공원 속 정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움과 안따까움에 이른다. 

작가들을 초청해 만든 모델정원의 경우, 폰드를 중심으로 했던 정원에 물이 메말랐고, 초화류가 식재됐던 자리는 흙바닥이 노출되어 있다. 또한 정원에 식재됐던 30여주 자작나무가 모두 사라졌는가 하면, 화산석으로 쌓아올린 담장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다.

모델정원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정원들 역시 관리부실로 인해 훼손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초화류가 관목으로, 관목으로 만들어진 경계목은 경계석으로 바뀌는 등 관리가 편하도록 바뀌고 있다는 점이 정원이 갖고 있는 본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부분이다.

시민참여형 박람회를 강조하며, 시민참여형 운영관리시스템을 도입하겠다던 계획은 어떻게 된 것일까?

옥구공원에 조성된 모든 정원관리는 박람회 직후 시흥시에게 넘어갔고, 현재는 지역자할단체인 ‘시흥일꾼’과 위탁계약으로 관리를 맡기고 있다. 시흥일꾼은 공원관리 전문체가 아니다. 때문에 옥구공원사무실에는 일용직 3명이 상주·관리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공원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전무하며, 시민참여도 없고, 심지어 정원 조성에 참여했던 작가와 시민들과의 관계도 단절됐다.

옥구공원에 대한 관리가 계획대로 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시흥시의 인사조치다. 박람회 이후 운영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원박람회를 담당하던 직원 모두를 다른 부서로 발령냈다. 사업의 연속성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담당자가 바뀌는 과정을 거치면서 거버넌스 관리방안에 대한 고민은 멀어져 간 것이다. 예산부족도 한 몫을 했겠지만, 중요한 건 옥구공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의지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공간에 조성되는 정원들은 초화류 하나, 시설물 하나에도 나름의 의미를 갖고 각자의 공간을 차지함으로써 전체적인 경관을 연출한다. 그래서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관리의 문제를 고민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관리가 쉬운 방식으로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원의 다양성에 있어서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 석달 후면 ‘제2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수원시 서호공원에서 또 열리게 된다. 서호공원 박람회는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더 많은 관람객 유치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 준비 과정에 옥구공원의 경험을 토대로 박람회 이후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옥구공원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관리방안을 수립했고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 사회, 경제적인 영향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획단계부터 유지관리방안을 수립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후에 대내외적 변수에도 흔들림없이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돼야 할 것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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