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중이던 국립현대미술관 건설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생겼다. 사고 원인이야 조사하면 밝혀질 일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사기간을 무시하고 행사와 필요에 맞춰 공사가 진행되었다는 지적이다.

어느 나라건 자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건립은 전문가들의 철저한 계획과 검증을 거치고 절대공기를 준수하고 그리고 변수에 대비한 허용범위를 만들어서 진행을 하는데 왜 우리는 준공날짜를 먼저 생각하고 공사를 진행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서로 네 탓만 하고 애꿎은 실무자만 법적인 책임을 감당하는 후진국형 산업재해를 반복하고 있다.

몇 해 전에 붕괴된 연천댐의 경우 겨우 6개월의 준비기간과 2년의 공사기간의 결과가 어찌됐는지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4대강 조성공사가 22조원의 막대한 공사비로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투입되어 준공이 된 것은 그동안 아슬아슬한 과정이 얼마나 많았을까하는 염려와 앞으로 발생될 부작용에 대하여는 아무도 모른다.

독일 뮌헨의 이자강 재자연화공사의 경우 고작 8km를 공사하는데 10년의 조사와 10년의 공사기간을 소요했다. 거의 완벽한 복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우리는 속도전이 더 우선되는 기록달성의 평가가 우선시 되고 말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저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의 경우 100년의 공사기간이 소요됐고 아직도 100년 이상이 더 걸린다는 예상이지만 그 과정과 광경을 보려고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어서 관광수입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며 이 성당을 계획한 조상들의 은덕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는 실적과 결과 위주의 현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며 부끄러운 결과만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 집단이 4년을 걸려야 완성된다는 미술관을 20개월로 단축하여 완성하고 그것을 자랑거리라고 생각한다면 더 창피한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자리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으로 왕실 종친부와 사간원, 왕실도서관 규장각이 있던 자리이고 현대사의 질곡을 간직한 곳이다.

이런 곳에 새 미술관을 지으려면 부지 발굴조사, 지표조사부터 미리 착수를 해야 하는데, 설계공모 당선작을 먼저 선정하고 8개월의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거쳐서 겨우 20개월의 공사기간을 가지고 출발이 됐다. 사전발굴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당선작이 선정되다보니 유적발굴에 따른 계획변경이 수반되고 따라서 공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누구를 위한 미술관이며 누구를 위한 공사기간 준수인지 묻고 싶다.

설계자를 비롯한 전문가 의견이 무시된 공사이고 보니 무리가 따르게 되고 그 부작용으로 사고까지 생겼다. 서울 한복판에 랜드마크가 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무리수를 강요하는 관계기관의 무지로 또 하나의 후진국형 행태가 발생되었다. 이제는 빨리빨리 건설하는 악행은 끊어져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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