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분야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심심하지 않게 접하게 되는 단골 뉴스가 있다.

“조경수 이식 때 뿌리분을 감싸고 있던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아 고사했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과연 그럴까?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경수목 이식시 고무밴드가 활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박현 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동일한 환경에서 4년간 연구한 결과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은 실험군과 제거한 대조군 사이에서 뿌리 활착률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고무밴드 제거여부와 조경수 고사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작년 봄 MBC에서는 고속도로변 가로수 고사를 고발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실상은 유난히 많은 눈이 내렸던 그해 겨울 염화칼슘에 의한 고사일 확률이 무엇보다 높았음에도 고사목에서 고무밴드가 발견되자 뿌리가 땅 속으로 뻗지 못해 죽었다고 단정했다. <본보 153호 보도>

이번에는 KBS가 ‘눈 가리고 아웅’ 대열에 합류했다.

태풍 산바가 한반도를 관통하던 지난 17일 KBS 9시 뉴스에서는 “태풍에 가로수가 쓰러진 원인이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은 탓”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뿌리분을 묶고 있는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아 뿌리가 활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쉽게 쓰러진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관련기사 11면>

이에 대해 박현 박사는 “근거도 없이 비약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고무바를 감지도 않고 이식하지도 않았는데 강풍 앞에 쓰러진 자연생 나무들은 어떻게 설명할거냐?”고 반문하며 천재지변의 불가피성을 간과한 채 한낱 고무밴드에 누명을 씌운 것에 납득이 안된다고 밝혔다.

나무의 뿌리는 암반이나 콘크리트를 뚫고 나올 만큼 힘이 세다. 옥상녹화를 하기 전에 뿌리가 슬라브 지붕을 뚫지 못하도록 방근시트를 깔아야 하는 이유도 뿌리의 침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사실 관계가 왜곡된 보도가 나오게 되면 시공업체는 꼼짝없이 누명을 쓰고 고사목을 교체해주는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원인이 염화칼슘에 있거나 태풍에 있거나 그 규명에 대한 노력은 생략된 채 오직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았다는 프레임에 갇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게 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그렇다면,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음으로 해서 뿌리분 활착이 불량해지고 그것이 고사로 이어진다는 주장과 보도에는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일까? 박현 박사는 수년간 연구하면서 자료를 찾아 다녔지만 해당 자료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근거없는 언론의 폭로만이 난무했던 것이다.

고무밴드를 보도하는 언론사들의 또다른 메뉴는 폐기물을 제거하지 않고 땅속에 묻어두면 유해하다는 논리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2009년 환경부장관은 유권해석을 통해 ‘조경수목 생육을 위해 제거하지 않는 경우에는 폐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박현 박사는 강릉원주대 대학원 학위 논문으로 ‘조경수목 이식 시 고무밴드 결속재가 활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제출해 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용진 교수의 지도아래 진행된 이 연구는 생육상태가 양호한 근원직경 7~10cm 소나무 20주를 선정해 10주는 폭 30mm 고무밴드를 결속하였고, 다른 10주는 고무바를 제거한 후 각각 정식한 뒤 4년동안 관찰을 통해 이뤄졌다.

이 논문에서 “조경수목 이식을 위한 분뜨기 결속 소재인 고무밴드 제거 여부가 수목 생장의 차이가 없다는 것은 뿌리분 결속재로 사용되는 고무밴드가 조경수목 이식시 활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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