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문경시에 위치한 선유동천 나들길은 관리부실로 보행용 데크에 잡초가 발 딛을 틈없이 침범한 모습.

 

정부 부처들이 앞다퉈 조성한 ‘걷는 길(트레일)’이 무분별한 조성과 관리운영 부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연합은 올해 6월부터 각 부처에서 조성한 약 500여 곳의 길을 대상으로 한 전국 ‘걷는 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걷는 길’ 관련 조성 사업은 국토부에서는 ‘누리길’, 행안부는 ‘명품길’, 환경부는 ‘생태문화탐방로’, 문화부는 ‘문화생태탐방로’, 산림청은 ‘숲길’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진행되고 있으며 각 지자체도 각자만의 이름과 방식으로 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다. 지자체가 조성한 길을 제외하고 정부에서 조성한 길만 현재 무려 500여곳에 달한다.

녹색연합은 각 부처가 아무런 준비 없이 유행처럼 길 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

녹색연합은 조사결과 ▲중복 지정 투자로 인한 예산낭비 ▲각 부처와 지자체를 통합한 걷는 길 조성 가이드라인 부재 ▲보행자 안전 위험과 혼란 가중 ▲길 조성 이후 관리운영 부실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경관이 수려한 동해안을 중심으로 국토부와 환경부 등 정부부처와 각 지자체의 중복 투자로 길의 명칭이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동팔경 녹색 경관길은 강원도 고성 대진등대부터 해안길을 따라 울진의 월송정까지 동해안의 6개 관동팔경을 잇는 걷는 길로 길이 총 330km로 2014년 까지 완료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문광부의 ‘동해안 탐방로 해파랑길’이 중복 지정됐다. 뿐만아니라 강원도와 6개 시·군이 60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동해안 낭만가도’(고성~삼척 간 국도와 지방도 연결, 총 240km)와도 중복된다.

외와 관련해 녹색연합은 “같을 길을 두고 각 부처, 지자체가 개별로 길을 조성한 예산낭비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 약 10m 간격에 마주보고 설치되어 있는 ‘해파랑길(문광부 / 왼쪽)’ 이정표와 ‘부산 갈맷길’(지자체 / 오른쪽) 이정표, 별도의 이정표가 있음에도 ‘갈맷길’ 이정표에 ‘해파랑길’ 중복 표시해 이용자들에게 혼라는 주고 있다.

 

뿐 만 아니라 같은 길임에도 여러 이름의 이정표와 시설물 등이 중복 설치돼 이용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거나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한 길들을 심사 평가해 관리·운영 지원을 해온 문화부가 광역단위 ‘해파랑길’을 선정하면서 민간이 개척한 길과 지자체의 길이 중복되면서 길의 위계가 뒤엉켰다는 지적이다.

들인 예산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의 이용 편의를 위한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뒤늦게 조성 사업에 뛰어든 행안부의 경우 2년 동안 가장 많은 예산(1200억원)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합 홈페이지조차 없다. 개별 홈페이지가 125개소 중 단 3곳에 불과하다.

국토부도 관련 홈페이지도 마련되지 않는 등 홍보 방안이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됐다. 특히 국토부가 조성한 해안누리길의 경우 지역민들이 해안누리길로 지정된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70% 이상으로 지역 홍보에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역시 국가생태탐방로의 위상에 맞는 통합 ‘홈페이지’가 없으며 시범 사업을 실시해 운영 중인 곳 역시 이 내용을 알릴 만한 개별 홈페이지를 찾아볼 수 없다.

녹색연합은 “2007년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올레로 시작된 걷기 열풍이 불러온 전국적 ‘건는길 조성사업’은 각 부처와 지자체의 계획없는 무분별한 길 조성, 과도한 경쟁과 선점식 사업으로 인해 ‘생태계 보전과 이용, 지역 사회와의 소통’이라는 가치는 사라진 전시 행정의 표본이 되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특히 “부처별 걷는 길의 ‘가이드라인’은 있으나 관리감독이 부실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하며 “사업대상지의 중복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막고 효율적인 관리·운영을 할수 있도록 ‘통합조성가이드라인과 관리운영원칙’이 수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 경북 울진군 일대 불영계곡로 중 36번 국도 가드레일 바깥쪽 시멘트길과 데크로드가 좁은 노폭은 물론 안전 주의 등이 전무해 보행자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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