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부산에서는 100만평 규모의 공원조성을 위해 100만평 문화공원운동이 시작됐다.

그리고 ‘국가공원조성을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이라는 전국적인 시민운동으로 방향을 선회한 지 2년 5개월 만에 목표치를 달성했다. 이번 주에는 100만명 돌파를 공식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으며, 9일에는 국회도서관에서 국가공원법과 관련해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또 19일에는 서명 달성 경축감사 행사도 펼쳐진다.

지구온난화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지역과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공원녹지 조성사업에 국가가 직접 나서서 챙겨달라는 이 청원의 당위성은 크다. 특히 장기미집행 공원시설의 해제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무작정 나몰라라 하며 경제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에게 떠넘길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시민운동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뚝심과 흐름이라면 이 사업은 단지 서명운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법 제정과 정책 시행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더 한층 높아졌다. 아직 최종 목표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 헌신적으로 몸담아 왔던 관계자들과 100만명 서명운동본부 사무처장인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에게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는 세 가지 교훈을 상기하고자 한다.

첫째 끈기력의 승리이다.
일찍이 조경분야에서 하나의 이슈를 이처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홍보한 사례가 언제 있었는가? 100만명 서명운동본부는 2년 5개월동안 서명운동을 이어왔고, 더 멀리는 13년 전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가 있으니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처럼 그 끈기가 결국 대역사를 이룰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지혜로운 조직 운용이다.
우리 조경분야는 그동안 인접 분야로부터 무수히 많은 도전과 침탈을 받아왔다. 벌써 십수 년째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심화되고 있지만, 조경계의 대응과 조직력을 살펴보면 초라하기만 하다. 조경단체 리더들의 임기가 2년 단임제에 기반함으로써 이슈가 터졌을 때에만 ‘양은냄비’ 끓듯 달아오르고 그 뒷심이 다음으로 전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벌써 십수년째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운동본부에게 배울 점이 많다. 시민운동과 단체의 역할이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정책적 측면에서 본다면 목표와 전략의 연속적 추진만큼은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부드러운 정치력이다.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그들의 활동에 정치권도 힘을 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단순히 정치권에 연을 이은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니즈에 맞춘 언론홍보 활동도 세련돼 있다. 아젠다를 세팅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한 전략도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지역 유력인사 및 시민 봉사활동으로 확산시키는 역량 또한 칭찬받을 일이다.

이러한 100만명 서명운동본부의 시민운동 조직과 역사는 조경분야의 커다란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끈기와 조직력, 정치력을 갖춘 100만명 서명운동의 성과들은 요새처럼 개발압력으로 인해 곳곳에서 공원녹지 정책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는 과감하게 배우고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국가공원조성을 위한 시민운동이 이제 서명운동의 1차 목표인 숫자가 채워졌다고 해서, 그리고 2차 목표인 법 제정이 완수됐다고 해서 기뻐하고 멈출 일이 아니다. 제3, 제4의 시급한 목표들을 설정하고 전국적인 시민운동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야 한다.

국가는 외면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활동으로 더 큰 ‘공원운동’의 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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