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정 연못은 남북 7m, 동서 3.3m, 깊이 80cm로 조경석은 본래자리에서 이탈되어 넘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북 익산시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에서 조경시설로 보이는 추정 연못이 발굴됐다.

7세기 백제 무왕 때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왕궁성에서 14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후원 연못은 가로 7m, 세로 3.3m에 깊이가 80cm 였으며 바닥에는 다량의 경관석들이 깔려 있었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서 지난 27일 공개한 왕궁리 유적 발굴조사 지역은 유적 북쪽 후원 구역으로, 이번 조사에서는 추정 연못, 곡수로, 북동쪽 성벽과 후원의 중심부를 경계 짓는 환수구 등을 확인했다.

폭 3~4m 규모의 환수구는 후원의 중심부를 에워싸고 있으며, 서쪽은 연못으로 연결돼 있다. 후원의 서쪽 지역에서 발견된 곡수로는 환수구보다 작은 규모로 폭이 50~60㎝ 정도다.

환수구와 북동쪽 성벽을 연결하는 수로는 서쪽 성벽 조사 당시 발견된 암거 시설과 대칭적 위치에서 발견, 수로의 기능도 잠정, 확인된데 이은 추가 발굴로, 후원의 전체적인 양상과 환수구 및 성벽과의 관계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일부 찾은 셈이다.

이날 발굴 현장에는 이상준 연구소장, 박경자 (사)전통경관보전연구원 원장,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박순발 충남대 교수, 이홍종 고려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최문정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왕궁리 유적 후원 구역에서 조경석이 드러나 있어 연못 자리로 추정했고 조경석 주변 흙을 걷어내자 연못으로 추정되는 터가 드러났다”며 “더 많은 조경석이 왕궁리 발굴 이전에 사라진 것으로 보이고, 일부 조경석은 연못 안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경자 원장은 “연못터를 확인할 수 있는 첫째 요건은 발굴했을 때 뻘층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한 연못터는 아직 뻘층이 나올 수 있는 깊이까지 발굴하지 않아 정원 연못이었음을 추정할 뿐이다. 뻘층이 나온다면 연못 확인은 물론 당시 주변 식생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 “가장 큰 경관석의 위치는 본래 위치가 아닌 듯하고, 자갈이 깔린 것은 확실히 연못형태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연못 가운데서 드러난 자갈부석층은 일본 아스카 연못이나 우리나라 경주 구황동 원지와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왕궁리 자갈부석층은 일본 아스카 시대 연못 자갈부석층과 비슷한 모양을 이루고 있다.
박 원장은 “매몰지 토층 분석을 해봐야 하지만 인공섬이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왕궁성에서 확인된 추정 연못은 경주 안압지, 일본 고대 정원과 비교하여 고대 동아시아 정원의 변화 양상을 규명하고, 백제인인의 뛰어난 조경기술을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사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최문정 학예사는 “연못 주변 조경수 식재여부는 현재보다 연못을 더 파내려가 뻘층을 찾는다면 화분 분석을 통해 정원 조성 당시 주변 식생과 수종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부여문화재연구소 실장은 “이번 발굴현장 공개는 발굴조사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내용 공개와 더불어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 자문도 듣는 자문회의 겸 현장공개 형식을 띠고 있다”며 “앞으로 환수구로 구획된 후원의 중심공간에 대한 전면조사가 이뤄지면 연못과 관련된 시설이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일본 고대 아스카 정원 자갈부석층 제공 박경자 (사)전통경관보전연구원 원장, 안압지 조경계획에 관한 연구(2001). 서울대 박사논문
백제 제30대 왕인 무왕(600~641)은 신라 선화공주 순애보를 남긴 왕으로,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으로 대표되는 백제의 흔적을 고스란히 익산에 간직했다.

왕궁리는 예부터 왕궁평, 왕검이, 왕금성으로 불려, 고대 백제의 왕궁이 있던 자리로 추정되는 곳이다. 왕궁리 지역은 고대 백제의 왕궁이 있던 자리에 사찰이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는 왕궁 유적과 사찰 유적이 함께 남아 있다.

왕궁은 규모가 동서 약 240m, 남북 약 490m이다. 왕궁 내에서 물과 조경석을 이용한 조경 시설이 발견되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왕궁리 유적은 지난 1989년부터 연차발굴이 이뤄져 올해로 24년째를 맞고 있으며, 발굴조사를 하고 있으며, 2014년까지 모든 발굴을 마칠 계획이다. 앞선 조사에서는 성벽과 건물, 공방터와 토기 등 각종 유물이 발굴됐다.

지난해의 경우, 후원 공간 중심부인 구릉 정상부에 위치한 방형 건물지에서는 백제시대 기와편이 다수 출토됐고, 방형 건물지 서쪽으로 10m 떨어진 부근에서는 원형 초석이 발견돼 건물의 원형이 추측이 더욱 가능해졌다.

그간 궁성과 관련된 성벽, 전각 건물, 정원, 공방 터 등이 조사됐고 수부명 인장 기와, 중국제 자기, 굴뚝장식 토기를 비롯한 중요 유물 5천여 점이 출토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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