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조경기술세미나’에서 ‘전환기 조경설계업,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라는 주제로 논의를 했다. 거론된 조경설계업의 현황에 대하여 조경설계업에 종사하는 설계자는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이지만 관련된 업계와 학계, 정부가 조경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우선 조경설계업계의 반응에 문제가 있다.
업계의 민감한 사안을 세미나 주제로 삼았으면 초미의 관심을 이끌만한 논제인데 참여율이 예상보다 적었다. 일에 몰두하느라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일이 없어서 자포자기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

한때 우리나라 GDP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4 가까이 차지할 정도의 규모였으나 이제 하향세로 접어들어 그 영향권에 조경업계도 위기에 처한 상황을 공감하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세미나 분위기는 날씨만큼이나 추웠다.

우리나라 건설기술인의 분포를 보면 토건기술자가 근 70%를 헤아리게 되고 조경기술자는 3% 정도에 머무르고 공사금액 비중도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는데 그 때문인지 조경설계와 공사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주 공종에서 조경의 가치를 묵살하는 경우를 많이 겪다보니 설계비나 공사비에서 가장 먼저 감액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대형업체 위주의 발주와 입찰제도의 문제로 중소규모 설계사가 수주참여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설계공모전의 경우에는 과도한 참가 경비가 부담이 되어 1등이 아니면 모두 손실을 보게 된다. 타 공종에서는 지분배분방식으로 차등 설계를 하고 있는데 유독 조경설계에서는 외면 받고 있다. 조경설계의 독창성과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단독 턴키설계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반영해 줄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에 조경업무 담당 과장은 토건직이고 담당 직원 한두 명으로 조경업무를 진행하면서 다른 업무를 같이 하다 보니 조경업무는 파악만하다가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조경업에서 요구되어지는 내용이 제대로 파악되는 기대를 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서는 공원관련 예산 수립은 아예 생각도 않는다는데 이는 국민의 녹색복지를 유보하는 것임에도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설계 완료를 해도 하도기성을 수령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설계비 증액이 없는 설계기간 연장은 설계업체를 죽이는 것과 같다. 3년의 설계공기가 설계비 증액 없이 6년으로 늘어난다면 살아남을 업체가 몇 개나 있을까?

업체 간의 저가경쟁은 자기 발목을 찍는 일이며 안정적인 직업인 대학 교수가 연구보다 프로젝트 수주에 열을 올리는 것은 동료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세미나에서 나온 얘기가 우리만의 외침이 되지 않고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조경인들이 구심점을 만들어서 강력한 파워집단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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