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투표율 75.8%를 기록하며 치러진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사상 처음 과반수를 득표하면서 당선됐다.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그보다 우리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슬로건인 ‘민생대통령, 약속대통령, 대통합대통령’에 더 눈길이 머물면서 꼭 실현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년 2월25일 공식 취임 때까지 두 달 남짓 동안 인수위원회를 꾸리고 새 정부의 틀과 정책기조를 짜게 된다. 이 과정에서 꼭 살피고 보듬어서 가야할 정책적 약자 중의 하나가 그동안 소외됐던 ‘조경’이다.

아이러니다. 국민들에게 휴양과 충전을 제공하는 공원녹지 및 외부환경에 대한 수요는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계획하고 조성·관리하는 ‘조경분야’ 만큼은 아무도 돌보지 않고 오히려 관련 분야에게서 시시때때로 침범 받고 있으니 뭐가 어긋나도 한참 잘못됐다. 정책 사각지대에서 속수무책으로 신음하며 비명을 지르지만 정작 조경계 목소리를 들으려고 생각도 않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중앙부처에서 ‘조경’을 전담하는 담당부서와 공무원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건축·토목·도시계획·임업·환경·농업·원예직 등 인접한 분야들은 정책부처와 담당부서가 있지만, 정작 조경직은 단 1명의 공무원도 없고 조경정책 부서도 없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조경산업이야 어찌되든 간에 각 분야별 이익과 필요에 따라 조경정책은 갈기갈기 흩어져 있어서 전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는 매우 기형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그 미래 또한 위태롭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역대 정부의 조경에 대한 무관심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으나 다급히 새 정부 인수위원회에 국가 아젠다에 걸맞는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조경산업이 더 이상 왜곡되지 않도록 ‘안전망’ 구축부터 고민해야 하며, 무엇보다 ‘새 그릇’을 만드는 방향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산산히 흩어져있는 공원녹지분야와 조경정책을 한데모아 ‘공원녹지청’과 같은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 당시 인수위원회에서도 산림청의 편제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국토해양부 산하로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된 적이 있었다. 최소한 이런 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요청할 또 한 가지 사안은 ‘가짜 녹색’이 아닌 ‘생명 중심의 진짜 녹색’ 정책을 펼쳐달라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해 맞이한 광복절 기념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성장동력으로 발표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그동안 추진해왔던 주요 정책들을 살펴보면 생명 중심의 진짜 녹색은 빠진 채 ‘가짜 녹색’이 판을 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겨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국토해양부가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을 제정하면서 실제로는 ‘생명 중심의 녹색’에 대한 조항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에너지절약’과 ‘스마트건축’만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만을 담아내, 궁극적으로는 건축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법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차라리 ‘에너지절약을 위한 건축지원법’이라고나 했으면 문제 삼을 일이 없었을 것이나, 생명이 빠진 채 ‘가짜 녹색’으로 포장해 그 실망과 배신감만 커진 셈이다.

또한 건설경기 부양이라는 명목으로 현 정부에서는 주택법을 비롯해서 도시개발법, 건축기본법 등에서 개발 이익과 건축 활성화를 위해 ‘조경면적 축소’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건설기준’을 개정해 공동주택에서 어린이놀이시설 의무설치 규정을 삭제하는 입법예고를 해서 큰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무늬만 녹색’인 정책을 취하면서 부풀려 왔다면, 박근혜 새 정부는 분명한 차별을 가지고 ‘생명 중심의 진짜 녹색’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를 바란다. 지구온난화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더 이상 ‘개발지상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녹색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설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생명을 다루고 있는 ‘조경’에 대한 정책 신설이 시급하다. 이것은 ‘어제를 관리할 것인가,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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