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의 부도 소식에 건축 및 건설업계에 무거운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국내건축설계사의 1세대이며 업계 6위권의 공간건축은 건설 경기침체와 설계 미수금 누적 등 경영상태의 악화로 최종 부도 처리가 됐다.

공간건축이 부도가 발생된 것은 리비아와 알제리 등 해외 시장과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프로젝트의 설계용역 비용을 받지 못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해외 시장의 경우 무리한 진출이 발목을 잡았고 파이시티의 경우는 인허가 로비사건이 불거지면서 좌초가 됐다.

파이시티 로비 문제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연관된 사실과 그것이 공간건축의 부도의 빌미가 됐다면 국가 경영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의 부도덕함이 현대 한국 건축의 산실을 산산조각 내는데 기여를 한 셈이 된다.

국토 개발의 신중함과 균형유지는 제일 중요한 요소인데 그동안 과거 정권에서의 과도한 개발과 속도전이 남긴 후유증이 지금의 건설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초래한 것이다. 자기 임기에 성과를 올리고 업적을 쌓기 위해 무리한 PF 사업추진이나 복합유통시설 등의 인허가를 대량으로 남발하다 경기침체로 부실만 커다랗게 남았다.

공간건축을 비롯한 대형 설계사가 이런 프로젝트에 발목이 잡히다 보니 그 속에 숨은 희생양이 설계 하도급 회사이다.

설계 하도급의 구조적인 그늘은 설계 초기 단계부터 시작되고 있다. 계약 전에 시작한 설계는 종료시점에서야 계약이 되는데 당초에 구두로 협의된 설계비보다 한참이나 적은 설계비로 하향조정이 된다. 그나마 설계비를 제때에 주면 다행이다.

건축설계사는 발주처로부터 설계용역비를 수령하고도 하도급 설계비는 늑장지급을 하는 것이 일상화 되고 보니 하도업체에서는 운영이 어려운데, 수금을 해야 하는 약자로서 강하게 어필을 하게 되면 차기 프로젝트에서는 제외되는 불경죄에 해당이 된다. 그러다보니 차기 프로젝트부터는 엮여서 일을 하게 되고 그러한 악순환이 몇 번 반복이 되면 부실채권이 쌓이게 된다. 그래도 제대로 말을 못하는 조경설계업체가 한 둘이 아니다.

일부 조경설계사는 자금 사정이 어렵다보니 설계에 신경 쓰기보다 설계비를 받는 소송업무에 치중한다는 얘기는 서글프기까지 하다. 물론 소송을 하게 되면 차기 용역은 포기를 감수해야 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조경업계차원에서 공동대응을 해야 하는데 그 창구가 아직 없다. 그동안 관련 협회에서는 제도추진과 회원이익을 위한 노력을 했다고 하지만 본격적인 권익대변과 권리신장을 하기 위한 체제가 안 돼 있다. 국내 모든 조경설계사가 같은 기준과 같은 댓가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면 그 권리를 인정받을 수가 있다고 본다. 이제는 그것을 조경단체가 해야 하며 회원은 그곳에 적극 참여를 해서 함께 뭉쳐야 한다.

연초부터 뜻하지 않은 사태에 고통을 받고 있는 조경설계업체에 위로를 보내며 새 정부는 집중 정책의 하나인 중소기업 환경개선이 설계업계의 하도급 부당한 관행에도 개선이 되는 제도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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