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응용생태공학회’가 창립됐다. 토목·조경·생태·도시 등 관련 분야간 융합을 통해 미래시대를 여는 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기존에 토목학회·조경학회·생태학회가 존재해왔고 생태공학회나 환경생태학회·생태환경건축학회 등이 활동하고 있는 현실이긴 해도, 국내외적인 분위기나 시기적으로 보면 다소 늦은감이 있다. 토목분야가 주도하는 또 하나의 학회 탄생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은 무엇보다 학제간 융합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회장 자리도 토목·조경·생태 등에서 번갈아가며 맡아 공정하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실상 문호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조경·생태분야에서도 뜻있는 여러 교수와 전문가들이 창립발기인에 나섰고 주요 발표를 하며 열정과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스럽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융합하고 소통하며 어떤 결실을 맺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동화 한편을 살펴보자. 오늘 우리는 어린이 그림책 ‘파랑이와 노랑이’가 주는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파란색 부모와 함께 사는 ‘파랑이’와 노란색 부모와 함께 사는 ‘노랑이’가 있었는데, 어느날 둘이 만나 반가워서 꼬옥 안고 있었더니 ‘초록이’로 변했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너무 기뻐서 둘은 꼭꼭 껴안았지…’ 서로 다른 둘이 융합해서 새로운 ‘초록이’로 변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기 본래 색을 잃은 채 초록이로 나타난 아이를 부모가 알아보지 못하자 초록이들은 엉엉 울고 나서야 다시 파랑이와 노랑이가 될 수 있었다. 파랑이 부모들은 파랑이와 함께 온 노랑이를 껴안아주자 초록이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뒤늦게서야 모든 걸 알게 됐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지금 현대 사회에서는 여기저기서 많은 ‘초록이’들이 탄생하고 있으며 그들이 세상을 주도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학문적 통섭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으며 아예 ‘융합학과’라는 이름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현상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조경분야에서도 최근 상명대 대학원이 융합생태환경공학과를 신설하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학문적 통섭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던가?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초록이’들을 이방인 취급하고 해 오지는 않았나?

지구온난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녹색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미래시대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학문과 산업 등 전 부문에서 융합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정통성을 지킨다며 ‘원색불변의 법칙’을 고집해서는 고립과 퇴보를 자처할 뿐이다.

우리는 최근 한국조경학회를 중심으로 인접분야와 통섭한 학회 또는 위원회 등의 설립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비전을 공유을 한 적이 있다.

이제 조경계에서는 응용생태공학회를 비롯하여 여러 인접 학회와 융합해서 적극적으로 우리 분야의 ‘초록이’들을 배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록이를 내 자식으로 알아보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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