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전문가 100명이 광복 이후 이 시대 최고와 최악의 건축물을 20개씩 선정했다. 동아일보와 건축전문 월간지 ‘SPACE'가 공동기획으로 설문 조사의 결과로 발표를 한 것이다.

그중에 최악의 건축물은 서울시 신청사가 39명 추천으로 꼽혔다. ‘주변과 조화되지 않고 외계의 건물 같다’ ‘일제마저도 특별한 공을 들인 서울의 심장부에 우리 스스로 큰 실수를 범했다’ ‘메뚜기 같다’ ‘쓰나미가 덮치는 듯한 위압적 형상이다’라는 혹평을 받았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부 마감 공사기간에 신청사를 둘러본 뒤 ‘3000억을 들였는데 어떻게 비실용적으로 지을 수 있느냐. 보여주기 식의 전형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낸 것이 보도가 되었다.

최고의 건축물은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위치한 ‘공간’ 사옥이 55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됐다. ‘시간의 결이 있는 건축물’ ‘한국 전통의 공간감과 재질감을 현대적인 어휘로 재해석 해냈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건축물이 주된 곳이 아니고 조경이 대부분인 선유도공원이 최고의 건축물 3위에 올라있고, 광화문광장은 최악의 건축물 14위에 올라와 있다.

작년 6월에도 조선일보에서 건축가들에게 ‘한국 대표건축‘을 설문 조사해서 최고에 선유도공원으로 꼽고 광화문광장을 꼴찌로 선정해서 보도한 바가 있다. 그때 조경가들은 건축전문가들의 조경에 대한 영역의 몰인식과 조선일보의 잘못된 보도에 대하여 항의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미 엎지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듯이 정정보도나 해명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아마도 그렇게 보도된 대로 인식하고 있을 것 같다.

그 와중에 또 일간신문에 현대건축물 Best와 Worst를 선정 발표하면서 조경가들이 주도한 작품들이 건축의 범주에 함께 묻혀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일까?

첫째, 건축전문가의 조경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보인다. 조경이 건축과 같은 업종으로 생각해서 자기 분야로 여기고 있으며 조경작품에 건축가가 조금이라도 참여를 하면 건축물로 둔갑시켜서 사회적인 인식을 그렇게 유도하여 앞으로 조경설계도 같이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조경분야가 엄연히 건설산업기본법에 구분되어 있는 전문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조직에서 전문 부서와 관료가 없고 관련 법률도 없어서 조경은 임자 없는 영역으로 생각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경을 때로는 토목분야에, 때로는 건축분야에 귀속시켜서 관리되고 있는 마당에 업역보호 주장은 방패막이가 없이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조경계의 조경에 대한 대외 홍보 부족으로 꼽을 수 있다. 조경에서도 조경전문가를 초빙하여 현대조경의 최고와 최악을 선정하는 이벤트를 할 수도 있고 녹색복지를 위한 대국민 연례행사와 홍보를 하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데 아직 내부 행사에 치중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최초로 국가 공원이 되는 용산공원마저도 건축물로 표현된다면 조경의 전문성과 독창성을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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