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에 따른 국민들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정책이 부재해서, 예산이 부족해서, 의지가 박약해서 등등의 이유로 전국 녹색환경의 편차는 벌어지고 있다. 생활권 곳곳까지 녹색의 기운이 확산되고 환경조경 기술 또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것이 소외된 계층이나 사각지대까지 도달하려면 훨씬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녹색복지의 상향 평준화와 평등한 향유를 촉진하고 조경의 대사회적 역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관·학이 한뜻으로 모여 전국적인 규모의 ‘그랜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게 절실히 필요하다.

정책 사각지대를 발굴해서 제도적인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하고, 녹색환경이 생존에 위협을 주는데도 법과 예산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라면 전문가와 후원자 풀을 활용해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하고, 국민의 대중적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한 교양작업 또한 함께 추진돼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이 거버넌스는 형식과 절차에 얽매인 나머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또다시 소외되는 제도권의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산·관·학이 결합돼 지혜를 모으는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산하에 임승빈 전 서울대 교수를 초대 원장으로 하는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태동된다고 하니 반갑다. 임 원장은 설립 동기에 대해 “지금까지 조경분야는 산발적으로 나눔활동을 해왔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범 조경계가 힘을 합쳐서 복지라는 키워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합당한 지적이다. 조경계에서는 그동안 통합된 채널이 없었을 뿐이지, 알게 모르게 많은 나눔과 기부활동이 전개돼 왔다. 그리고 함께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면 소외된 이웃들의 안타까운 사연 또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으니, 이를 매칭하는 공식적인 채널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다려왔던 이 ‘채널’의 역할은 무엇일까? 궁극적으로는 나눔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확보하고 나눔이 필요한 곳을 찾아내서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동안 이런 역할을 하는 채널과 조직이 우리 주변에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린트러스트, 생명의숲, 도시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그것인데, 이들은 환경과 주거 등의 시민운동을 목적으로 하면서 부수적으로 나눔의 활동을 해온 조직들이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은 전격적으로 ‘조경’이라는 타이틀을 내걸면서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천명했다는데서 의미가 새롭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다려온 ‘채널’이 맞다.

국내 조경 엘리트들이 대거 합류한 나눔연구원의 성패는 ‘그랜드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대중과 소외계층 곁으로 다가가서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범조경계를 아우를 수 있는 용광로 같은 그릇이 되어야만 창립 취지와 걸맞게 극대화된 효과를 낼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못한다면 제2, 제3의 채널을 또다시 갈망하게 될 지도 모른다.

오는 5월 본격 창립하게 될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 태동을 축하하며, 이를 계기로 범 조경계가 힘을 합쳐서 복지라는 키워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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