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구도가 형성됐다.

얼핏 보면 조경계가 도시농업을 반대하는 집단처럼 보이는 상황이 돼 버렸다. 텃밭(도시농업 공간)의 건축물 내 조경면적 산입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막아서고 있다고 해서 조경계가 도시농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작 조경계와 도시농업 주체들은 가만히 있는데 자꾸 건축분야 등 외부에서 대립구도를 조장하고 있다. 자존감이 짓밟히는 것은 물론 수치심마저 든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동대문구와 서울시의 건축조례 개정 사건이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밀화된 대도시 지역의 건축주 및 개발론자들의 용적률 상향 요구와 이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하는 조경면적 완화 민원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때 마침 도시농업 붐이 일어 시민들에게 환영받고 있으니까 이에 편승해서 궁극적 용적률 상향을 위해 조경면적을 제물로 바치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아무런 협의도 양해도 없다.

이번에는 국회의원이 총대를 멨다. 처음으로 조례가 아닌 법률을 고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도시농업 선도 지역구 의원답게 오직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한다. 뜻이 너무 순수한 나머지 그것이 가져 올 파장에 대해서는 미처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고려 없음은 오히려 독이 됐다. 법률에 있지도 않은 ‘건축물 내부와 난간에서 조성된 텃밭’까지 조경면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설상가상에 빠졌기 때문이다.

건축법규에서 조경면적을 명문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는 데에는 고유의 기능과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가 지배한 도시에서는 미래를 위해 마지노선으로서의 안전망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장 소수의 이익만을 위해 생태적 가치를 제거하는 데에만 혈안이 된다면 훗날 공동체는 감당하지 못할 재앙에 빠지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대지 중에서 특히 조경면적에 대한 불법 전용이 빈발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턱없는 현실에서 또다시 도시농업 공간마저 허용하게 된다면, 대도시 고밀지역에서의 불법 전용이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동안 법률에서 명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지자체들이 건축조례를 고쳐가며 텃밭을 조경면적에 포함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었던 만큼, 이 법이 통과된다면 도시농업 공간의 공공연한 조경면적 산입은 빗장 풀린 대문이 되고 말 것이다. 그에 대한 합의나 대책도 없이 말이다.

건축물 내에 도시농업 공간을 의무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어떤 명목으로 제도화하는 게 좋을지, 조경 본연의 기능은 어떻게 유지할 것이며, 향후 텃밭의 관리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 그리고 불법전용을 막기 위한 장치는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서 논의된 바가 하나도 없다.

그런 논의과정을 생략한 채 입법절차부터 밟아야 할 만큼 시급한 사안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조경계는 누가 대화의 장을 만들어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대책 마련에 들어가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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