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게 펼쳐진 잔디운동장을 보노라면 새삼 국부의 신장을 느끼게 된다. 과거 먼지가 날리고 비가 와서 물이 고이면 질척거리는 운동장을 떠올리게 되고 운동장이 마르기 전까지는 체육시간도 교실에서 지내던 시절이 엊그제였다.

대한민국의 미래 주역으로 성장하는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위해 국가 예산지원을 통하여 천연잔디구장과 인조잔디구장이 몇 년 전부터 학교에 설치됐다.

‘학교운동장 조성사업‘ 지원시설 항목에 천연잔디가 추가되면서 인조잔디구장 설치와 함께 병행하게 됐다. 천연잔디와 인조잔디가 갖고 있는 장단점은 확연히 달라서 선호도가 극명히 구분된다. 천연잔디구장보다 인조잔디구장이 관리가 수월하다는 이유로 지난 8 년 동안 1,580 곳의 학교에 인조잔디구장이 설치되어 이용되어 왔는데 설치 이후 관리부실로 문제가 생기자 예산타령을 하고 있다. 관리예산이 없어서 몇 년 동안 방치됐다는 얘기다.

인조잔디의 물질적 구성은 평탄작업지반위에 화학물질의 인조섬유와 고무충진재, 본드가 대부분이다. 초기 조성비용은 천연잔디구장보다 비싸지만 관리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내구연한이 지나면서 새로 교체를 해야 하는 인조잔디구장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 인조잔디의 마모와 조각난 섬유조각, 형태변형, 고무충진재의 탈락 등의 환경오염으로 인한 유해성 및 부상의 위험이 증가되어 부분 보수가 아닌 전면 교체가 불가피한 상태다.

그런데 교체 상황에 직면한 곳에서는 다시 인조구잔디구장을 재설치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인조잔디구장을 조성만 하고 관리하고 보수하는 데는 무관심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발생된 환경호르몬이 호흡기와 피부에 접촉이 돼서 아이들의 호흡기질환과 알러지반응 면역효소 결핍과 연관이 된다고 한다. 기존의 인조잔디구장을 교체하면서 생기는 폐인조잔디는 또 다른 환경폐기물로 남게 된다. 지속적으로 반복 교체된다면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양산된다.

그래서 보수가 필요한 운동장은 옛날의 흙운동장으로 돌아가거나 천연잔디운동장으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친환경운동장을 조성하여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학교에는 대부분 천연잔디로 조성이 되어 있고 인조잔디구장은 생활체육시설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예산부족으로 그동안 관리의 대상에서 소외된 학교운동장의 푸대접은 대한민국의 미래주역에 대한 푸대접과도 같다. 딱딱하고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며 미끄럼화상이 발생하는 인공적인 바닥보다는 넘어지면 흙냄새와 풀내음이 나는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어린이가 더 긍정적이며 인간적이지 않을까 싶다.

천연잔디의 가장 큰 문제점인 사후관리에 대한 해결책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어차피 설치 및 관리비용은 소요될 것이고 종합적인 전문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순환 관리를 하면 된다. 장애우나 은퇴자의 일자리 창출이 될 수 있고 학생들이 잡초를 제거하면서 자연학습의 장이 된다. 성인들을 위한 시설에는 많은 투자를 하면서 청소년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안 담굴 수 는 없는 일 아닌가.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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