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효진 우주엔지니어링 과장

기대하던 ‘조경인 뚜벅이 프로젝트 투어’ 첫 참가
근데 왜 하필 이런 날 비가 오는 건지…

답사하는 날 비가 많이 온다는 날씨예보가 있었기에 ‘설마 비가 오면 진행하겠어?’ 하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있었다.

하지만 비가와도 진행한다는 연락에 비 오는 토요일 아침,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잠에서 덜 깬 기운 없는 상태로 창덕궁으로 향했다.

그런 모습으로 궁에 들어섰지만 결론적으로 든 생각은 비는 더 이상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런 날씨에 창덕궁을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었다는 것이다.

궁궐지킴이로 활동하고 계시는 선생님께서 ‘우중(雨中)관람’에 대해 말하던 것이 떠오른다.

“비가 왔을 때 궁궐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색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햇빛에 부옇게 바랬을 때보다 기와, 나무, 풀밭의 색이 선명합니다”

창덕궁의 다양한 모습을 제대로 모른 채 맑은 날 후다닥 보고 가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궁궐은 맑은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의 모습이 다르고 낮·밤과 사계절에 따라 변화하며, 특정한 시점, 조건에서 대충 본 궁궐이 전부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또한 “손님이 되어 궁궐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되어 ‘내다보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것이었다.

정말 그렇다.
항상 입구에서 궁궐을 바라보고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기에 급급했던 지난 시간이었지만 이번엔 문화해설사의 말에 따라 궁궐에서 입구를 바라보고, 정자에 앉아 펼쳐진 전경을 바라봤을 때 궁궐의 화려함과 장엄함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궁궐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후원으로 향했다.
비를 맞아 더욱 그 색을 발하는 나무들과 어스름이 안개 낀 옥류천 일원의 풍경, 그리고 맑은 날엔 듣지 못했던 계류를 흐르는 물소리가 후원의 아름다움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천연기념물인 창덕궁 향나무의 부러진 모습이었다.
얼마 전 혼자 왔을 땐 ‘원래 이렇게 생긴 것이겠거니..’라고 했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2010년 태풍 피해로 손상된 것이라고 한다.
돌아와서 손상 전의 사진을 찾아보니 그 자리에선 느끼지 못했던 뭉클함이 생긴다.

빗속의 창덕궁 답사.. 궁궐은 햇살 좋은 날 가야 한다는, 그리고 한번 가봤는데 또 갈 필요 있겠냐는 나의 무지했던 생각을 버릴 수 있는 기회였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한국조경신문 사장님과 반갑게 맞아주시던 실장님, 기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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