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긴 침체에 들어가면서 모두가 힘겨운 걸음을 걷고 있다. 조경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긴축과 자구책을 강구하면서 어렵게 산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던 중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조경업계의 시공실적이 상위직군에 해당하는 4개 업체가 거의 동시에 부도 또는 도산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른 여파가 일파만파로 퍼질 것 같다.

우리나라 건설업의 특성 상 종합건설회사가 수주공사 혹은 자체공사를 수행하게 되면 각 공종에 따른 전문건설회사에 하도급 계약을 해서 시공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어서 공사금액의 결정과 하도기성수령 방법이 항상 을 측에서 처분을 바라는 약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다시 을은 갑이 되어서 새로운 을과 제품이나 자재, 소재 등의 납품계약과 재하도급의 형태로 공사형태가 세분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계약이행 과정에서 대금지급에 문제가 생기면 항상 을에 해당하는 회사들이 직접적인 고통을 고스란히 안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매년 한 두건씩 조경시공회사의 부도로 인하여 자재와 수목 납품 회사와 재하도급사들이 불량채권 발생으로 인하여 재정적인 고통을 받아왔는데 이번에는 한꺼번에 4개 회사가 재무적인 파탄을 일으켜 관계되는 회사들의 경영상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사태가 매우 심각한 상태라서 피해 회사들이 긴급 회동을 통해서 피해액 파악과 공동 대응에 대하여 논의를 했다. 피해액을 합산해 보면 수백억이 될 듯해서 관련 회사들은 거의 맨붕상태가 될 정도다. 그동안 간간히 발생하는 부도로 인하여 1년 동안 열심히 사업을 한 성과를 부도금액의 상쇄로 처리되는 아픔을 겪어왔는데 이번 사태는 너무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이전에 부도가 발생했던 회사의 뒤처리 상태를 보면 대부분이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잠적하거나 책임회피식의 행동을 보여 왔다. 결과적으로 계약 단계의 후순위에 있는 업체들이 희생을 뒤집어썼다.

이번 부도 회사 중에는 결과가 어떻게 될는지 모르지만 대표자가 수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청우개발의 이재홍 회장은 “채권단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는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하여 사과”의 표현을 하면서 “앞으로 최선을 다해 채권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함께 공사를 수행한 협력업체들에게는 희망을 갖게 하는 말이다. 반면 과거를 살펴보면 수습하려는 의지는 커녕 자산 빼돌리기에 여념이 없는 도덕적 해이 상태인 대표도 있어서 매우 대조적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건설업체의 부도와 관련하여 피해가 발생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방법과 요구 또한 쇄도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도 피해 업체들이 긴급 회동을 하여 자구책과 함께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어음제도 개선을 비롯한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 관계자의 넓은 눈과 귀로 헤아리기를 바란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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