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만 영화키스톤건축사사무소 이사

잠실종합운동장을 출발한 뚜벅이버스는 바로 경부고속도로에 접어 들었다. 당초 7시 반쯤에 출발 예정이었는데 참가자 한 분이 출발지점을 잠실역으로 알고 갔다 다시 오는 바람에 출발이 지연되었다. 고속도로는 이른 아침인데도 주말에다 추석이 가까워 벌초하러 가는 차량들이 많아서인지 붐볐다. 그러잖아도 친구에게 ‘계족산 황토길과 한밭수목원’ 뚜벅이 행사에 가자고 했더니 벌초하러 가야 한다고 해 참가를 못했다.
나는 뚜벅이 투어 참가가 세 번째다. 조경인들에게 이보다 더 소박하고 알뜰한 나들이가 없는 것 같다. 간소한 경비(3만원)와 소쇄원 ,부용동정원 등 한국정원사에 중요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정원유적지의 흔적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라 좋고, 우선은 요즈음 트렌드의 대세인 에코힐링에 맞아 떨어진다.
오늘 떠나는 곳 ‘계족산(423.6m)’은 진작부터 와 보고 싶었지만, 오지를 못했다. 계족산 하니까 언뜻 시내계자‘溪’ 계족산으로 알고, 계곡에 발을 씻는 산(?) 하고 착각을 했는데 닭계자 ‘鷄’ 계족산이란다. 여러 설은 있지만 산의 형세가 닭의 다리와 흡사해서 계족산이라는 것이 유력한 모양이다.

계족산 황토길 입구를 찾느라 버스가 연착해서인지 주차장은 만차고 좌우로 쭉 늘어선 주차행렬로 보아 인기가 있는 곳은 맞는가 보다. 한국관광공사가 5월에 꼭 가봐야 할 곳, 여행전문기자들의 ‘다시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에 선정 되었다니까. 입구를 조금 지나니 계족산 황토길이 나온다. 4m정도의 길에 2m정도를 황토로 포장했다. 시설의 세련미는 없으나 새로운 시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대로 임도를 산책로로 만든 전형적인 동네뒷산의 길이 아니던가. 비가 내린 후여서인지 신발을 벗고 황토길 걷기 체험을 하려니까 생각보다 미끄럽고 오를 때 쉽지가 않다.

황토는 예로부터 살아있는 생명체라 할만큼 무병장수의 흙으로 알려져 불순물정화, 항균효과 등 약성이 있다고 한다. 어려서 시골에서 누가 몸이 아프면 동티가 났다고 집 대문 앞에 황토를 뿌리는 모습을 보고 자랐는데 다 이유가 있다. 이용객 중에는 가족단위가 제일 많아 보인다. 개중에 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인간이 언제부터 신을 신기 시작했는지, 자식과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이곳이 힐링의 공간만이 아니라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구나 하는 진한 느낌을 받았다.

인류가 언제부터 신발을 신기 시작 했는지는 알수 없으나 문헌에 의하면 가장 오래된 신발은 기원전 2000년께 고대 이집트에서 파피루스(사초과의 다년초)로 엮은 샌들모양의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튼 인간이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옷과 신발을 만들어 입고 신기 시작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오리정도 되는 제방도로를 따라 학교에 다닐 때, 새 고무신이 닳을까 봐 신발을 책가방 뒤에 매달고 뛰기도 한 기억도 난다. 돌이켜 보면 나는 그때부터 에코힐링을 하지 않았던가(?) 지금 내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고 있지 회상하면서 황토길을 걸었다. 계족산 황토길이 삶에 지친 고단한 시민들의 치유의 공간, 명상의 공간이 되게 한 대전의 한 기업인 선양소주 조웅래회장의 아름다운 나눔의 정신과 실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황토길을 뒤로하고 바로 계족산성에 오르니 대청댐(청남대)이 보이고 사방이 장관이다. 풍광이 뛰어나 대전팔경 중 7경이 ‘계족산의 저녁노을’이라니까. 산성은 삼국시대 지었다고 하는데 퇴매식산성으로 보인다. 높이와 길이, 규모도 상당하고 무엇보다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된 것 같다.

한밭수목원은 정부 제3청사와 엑스포과학공원 사이에 있는 도심 속의 수목원으로는 규모가 놀랍다. 총 면적이 38만6000㎡로 동원과 서원, 열대식물원으로 이루어졌다.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 최초로 ‘지구의 탄소저장소’라는 불리는 맹그로브를 주제로 한 열대식물원이 있는데 입장료도 받지 않고 개방되어 좋은 면도 있으나,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관리상 요금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맹그로브(mangrove)는 열대지방 해안지역에 서식하는 상록관목으로 지구온난화에 매우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고 알려진 식물이다.

아무튼 수목을 공부한 우리일행 앞에서 주저함이 없는 송영숙 해설사의 해박하고 준비된 해설도 명품이다. 흰빛에 가까운 얼룩얼룩한 나무껍질을 가져 이름이 생긴 백송은 ‘죽은자의 영혼을 달래 준다’고 일러준다. 이번 추석에 고향에 가면 조상님 산소주변에 백송 한그루를 심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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