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원 (주)스페이스톡 과장

토요일 이른 아침, 잠실운동장에 뜻을 같이하는 뚜벅이들의 발걸음은 활기찼다.
전날 ‘조경인 체육대회’에서의 경기 참여와 응원으로 인한 도심의 먼지를 태안앞바다에 날려버리기 위한 기대에 차있었다. 뚜벅이 프로젝트 첫 참가 신입으로, 낯선 분들과 소개인사가 순서대로 진행되었고, 조경이라는 한 울타리에서 모인지라 따뜻하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리를 싣은 대형버스는 정시에 출발하여, 아시아 최초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받은 태안 천리포수목원으로 향하였다. 6년 만의 재방문이었지만, 봄에 목련이 만개하였던 그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1962년 故 민병갈 원장님에 의해 조성되기 시작한 이곳은, 국내 최초의 민간수목원으로 17만 평 면적에 개방구간은 1만8000평으로 목련 400여 종, 호랑 가시 370여 종, 동백 380종 외에도 각종 자생식물은 물론,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들여온 도입종까지 1만4000여 종류의 식물종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식물종 보유수목원이다.
설립 이후 40년간 연구목적으로 비개방 되었다가 2009년부터 개방된 비밀의 정원이다. 가을 풍경의 억새와 단풍, 호랑 가시, 태산목, 각종 특이한 모양의 열매들과 매혹적인 향기의 목서는 가는 곳곳마다 뚜벅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유기농 약제 처리만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나비와 곤충들의 천국으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해설자의 설명을 놓칠세라 총총걸음으로 귀를 기울이는 내내 수목원의 장경에 푹 빠져서, 다음 번엔 좋은 임과의 여유 있는 방문을 다짐하고, 아쉬움을 뒤로했다.
소나무숲 아래 돗자리를 펴고, 참가자들과 도란도란 도시락 점심은 그 무엇에도 비유할 수 없는 진정한 식도락이 되었다.

멀지 않은 태안해안으로 이동하여 신두리사구에 도착했다. 자연 바람의 일렁임으로 모래언덕을 만들어낸 이곳은 100만㎡의 면적에 산책로 길이는 4km에 달하며, 각종 식물종과 조류, 육지 새와 양서류의 터전이 되고, 신비한 자연의 조화가 만든 한국 최고의 사구라는 점에서 200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금개구리가 살고 있다는 자연생태 두웅습지를 포함하고 있어 습지보호지역으로 구분되어 관리되고 있다. 조경가에게 습지의 중요성과 존치에 대해서는 두 번 설명이 필요가 없을 정도다. 사하라사막 같은 모래언덕을 지나, 길옆으로 늘어선 해송 사이로 흙길, 나무 데크길, 쇄석포장길을 걷는 내내 참가자들과 담소와 웃음으로 다리의 피로를 느낄 새도 없이 시곗바늘은 저녁 시간을 가리켰다.
단호박이 첨가된 바지락 칼국수와 막걸리 한 사발은 여행의 완성이다. 파이팅 건배 제의는 11월 춘천 소양강의 뚜벅이 참가의사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첫 참가였지만, 아는 분들도 만나고, 새로운 분들도 사귀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귀한시간이 되었고, 계속해서 둘째 주 토요일 뚜벅이 여행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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