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철(경남과학기술대 교수)
지난 10월 20일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184일간의 전시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막을 내렸다.

기획 초기단계서부터 삐걱거리며 우려했던 많은 불협화음은 순천시민들과 행정당국이 머리를 맞대며 믿음과 의지로 뭉쳐 슬기롭게 잘 마무리 하였다. 그 결과는 실로 대단한 성과로 평가 받아 마땅할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개최된 꽃과 정원, 그리고 도시녹화를 테마로 하는 여러 박람회를 참관하여 기록으로 남기는 중이라 순천박람회에 관한 기대와 관심이 남달랐다. 그래서 행사 관련 기사를 꼬박꼬박 스크랩도 하고 박람회장 조성 과정도 둘러보곤 하였다.

개막이 되자 시민권(행사기간 중 무제한 입장할 수 있는)을 구입하여 대학원생들과 몇 차례 다녀오기도 했다. 혹시 최근에 다녀온 일본이나 중국에서 개최된 유사박람회와 비교되며 과연 어떤 수준으로 평가될지 걱정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답사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행사의 배경과 의미 등 충분한 설명과 당부를 하였다. 현재 보이는 현상(모습)만으로 단순 비교하거나 평가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말이다.
인구 30만도 채 안되는 도시 규모에 재정자립도 20% 안팎의 열악한 지방 소도시에서 이런 파격적 기획을 하여 마무리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모험이요 성과라고 거듭 강조하였다.

우리가 찾은 순천정원박람회장은 중국의 박람회장에서 매번 놀랐던 방대한 스케일도 찾아 볼 수 없었고, 그렇다고 일본에서 느낄 수 있는 정교함이나 매력적이고 깜찍한 디자인도 접할 수 없던 게 사실이다. 박람회장은 전반적으로 그늘이 부족하여 덥고 짜증스럽거니와 온통 단체 관람객이라 혼란스런 시골장터를 방불케 하였다.

녹음수로 식재된 곳곳의 대형수목들은 녹음 기능은커녕 잎과 줄기가 축 늘어진 채 강한 햇살을 원망하는 듯한 처절한 모습들이었다. 역시 우리나라 여름철 옥외행사는 그늘의 양과 질이 그 행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 주는 듯 했다. 비록 불편하고 힘든 답사일정이었지만, 현상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가치와 시각으로 시간을 초월하여 보고 느껴야 한다는 사전 교육에 힘입어 학생들은 별다른 불평도 못한 채 다녀온 셈이다.

이후 여름 방학이 지나고 10월에 또다시 대학원생들과 그곳을 답사하게 되었다. 불과 몇 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물리적 환경과 시설은 그대로였지만 가을 하늘과 풋풋한 햇살, 국화를 비롯한 가을꽃들이 갈대와 어우러지며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지며 장관을 이루었다.

그래 공간적 분위기는 아침과 저녁이 다를 수 있고,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마침 증명이라도 하는 듯 하였다. 그러니 이 공간이 앞으로 20년, 50년, 아니 100년이 지나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를 상상하며 10월의 현장학습을 마무리했다.

순천정원박람회는 이미 끝났다. 하지만 이 공간의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지켜가는 일은 지금이 시작이다. 중앙정부에서 지원받아 일과성으로 치러지는 대규모 행사들의 공통 사항은 하나같이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 대한 고민이 미흡했다는 사실이다. 공간과 시설의 활용방안에 대한 해법을 못 찾고 자치단체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한 두 곳이 아닐 것이다. 즉, ‘대전 EXPO’와 ‘월드컵 경기장’ 시설이 대표적이며 ‘여수 엑스포’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이런 사례를 값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중앙정부의 예산은 규모나 성격과 무관하게 먼저 끌어가는 것이 주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니 실로 한심하고 심각한 문제이다. 그래서 계획된 행사만 치중하면 그만 이라는 단세포적 생각으로 나라살림을 좀먹어 왔다.
다행스럽게 순천정원박람회는 앞으로 이 공간과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을 꾸준히 해 왔다는 사실이다.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전문가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정말 다행이고 박수를 받을 일이다.

지방에 자리한 순천이라는 소도시에서 주변에 흩어진 잠재자원을 예사롭게 보지 않고 발굴하여 서로 묶고 다듬어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한 것은 실로 대단한 기획이다. 영원히 남겨질 ‘순천만정원’은 국가와 민족의 고유한 문화자산이자 상징이 될 것이다. 한편 순천의 자랑이자 자존심으로 평가되며 먼 훗날까지 지역을 먹여 살리고 지켜주는 여의주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미래 도시의 경쟁력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자연환경과 질 높은 문화가 어우러진 살기 좋은 도시환경이라고 하였다. 도시의 먼 미래를 위한 땀과 열정과 투자에 인색하지 않은 순천시민과 시 당국의 향기로운 하모니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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