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현 ((사)한국조경사회 회장)

6개월여 기간의 전국적인 정원축제는 끝이 났다.
먼저 전 국민들에게 정원문화를 전하고 그 가치를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축제로서 성공을 치하한 이번 박람회의 성과에 조경계를 대표하는 단체장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하는 바이다.

164억 원 흑자를 기록하며 예상 입장객 동원에도 110%이상의 성과를 거두어 지난해 치른 여수엑스포와 대비되며 순천시 전체가 엄청 고무되어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한 것 같다.
정말 잘 만든 축제, 박람회 하나가 어떠한 방법,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하는 좋은 모범답안을 보여주고 선진국형 사회의 문화적 소양과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준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이미 친환경적이라는 것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갈망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몰랐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소중한 유·무형의 자산을 잘 관리하고 승계하여 발전적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에 환호하며 자화자찬에만 만족하여서는 안 된다. 다소 비판적 시각에서의 조심스런 의견을 내자면, 우리들은 최종 성과에만 관심을 갖고 그 과정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까지도 좋은 것이라고 쉽게 치부하고 만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박람회와 꽤 깊은 관련이 있다. 전에 근무하던 회사(동명기술공단)가 이번 박람회 조성공사의 주 감리업무를 맡았고, 나는 조경 전문가로서 현장의 시공감리 분야의 기술지원감리(예전의 비상주 감리) 책임 업무를 수행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과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훌륭한 박람회를 치르기 위해서 그 과정에 투입되어 실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일해 본 현장의 분위기를 간단하게나마 언급해보자면, 실로 그 박람회장 공간조성에 헌신한 많은 시공사와 시공 인력들의 눈물과 피땀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의 수고와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축제가 단언컨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설계 변경과 시공의 번복과 재시공, 당초 현상 공모에 당선된 설계사(가원 기술사사무소 외)의 엄청난 원안 훼손에 따른 시비를 끝없는 수용으로밖에 감수할 수 없어 시간에 쫒기면서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면서도 끝까지 설계지원을 해왔던 설계자들과 시공요원들의 노고와 열정이 없었더라면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결과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에 숨겨진 많은 이들의 헌신적 수고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방 현장이라 객지생활을 한 상당수의 전문 인력들은 가정과 연고지를 버리다시피 하고 박람회 성공만을 목표로 오로지 현장의 완성된 모습에만 전력투구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감독기관으로서 순천시의 시행착오를 묵묵히 받아주며 그들과 합심된 모습으로 끝내 좋은 박람회장 공간 조성에 공헌한 이들에게도 충분히 배려해주고 박수쳐 주어야만 할 것이나, 실제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그들의 수고와 노력은 그냥 과정으로 묻혀버리고 개장 이후부터 폐장까지 성공적 결과에만 도취되어 있는 것이 서러울 뿐이다. 즉, 순천시 공무원과 조직위 관계자 위주의 성과도취에 파묻혀버릴까 하는 아쉬움이다. 설계사와 시공사, 감리사의 실제적 노력이 감독기관의 성취로만 대체되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또 하나의 반성은 정원 박람회에 기여하고 투입된 많은 조경분야 전문가들에 대한 소외이다. 물론 앞에 말한 내용의 연장일 수도 있지만 정원을 다루는 조경분야의 주축그룹인 (사)한국조경학회와 (사)한국조경사회의 참여기회 부족과 소통의 부재에 대한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그들은 세미나, 자문, 공모 등을 통해 많은 조경가나 정원 조성자들의 참여가 있었다고 항변할지 몰라도 그들은 앞서 말한 과정의 형성에 대한 소모적 소수 인력투입에만 그치고 실제 중요한 각종 행사에서는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성공적 성과는 정치적 놀음이 되고, 준비하고 조성하며 땀 흘린 전문분야의 인력들에 대한 대우와 처우는 거의 전무한 형편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설계자와 시공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적극적인 조경기술자들의 모임인 (사)한국조경사회의 회장인 필자도 실제 현장에 투입된 기술지원 감리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개·폐막식 행사에 말석이나마 제대로 참여치 못한 게 현실이다. 이러한 얘기를 넋두리나 투정이나 불만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먼저 우리의 위상 제고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전문가들의 역할을 형식적으로 다루어오는 공무원 중심의 다소라도 일방적 축제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참여하는 전문 인력과 기술자들을 홀대하고 윽박지르며 시키는 대로 해라 는 식의 슈퍼 갑의 행태는 결코 바람직한 미래상이 아닐 것이며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되며 탈피해야 할 전근대적 유물이다.

훌륭한 정원박람회 성공은 순천시의 혜안으로 시대적 요구에 선제적으로 부응한 결과라는 것에 주의하여야 하며 너무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미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비록 순천보다 작은 규모이지만 많은 국민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날로 발전적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잘 끝난 훌륭한 잔치를 폄하하고 재 뿌리고 싶은 심정은 결단코 없지만 그 과정의 일부를 지켜본 사람들 중의 한 사람으로써 다소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글도 필요하리라 생각되어 이러한 의견을 피력하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하고 또 그 다음의 프로그램이 기대되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관계자 여러분에게 축하의 진정성 있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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