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일본 최대 플라워파크 ‘돗토리 하나카이로’
“일년 내내 계절별로 피는 꽃을 즐길 수 있다”는 모토로 지역브랜드를 선점 구축해온 돗토리현. 우리 도시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선행적 경험을 한 일본. 돗토리현에서 열리고 있는 ‘제30회 전국도시녹화페어’를 찾았다. 제일 먼저 들른 하나카이로とっとり花回廊는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짜임새, 플라워돔, 다양한 각도에서 관람이 가능한 회랑 구조 등이 돋보인다. 가와사키 원장은 회랑 건설 이유에 대해서 “비가 와도 우산없이 관람할 수 있고 노약자 장애인 모두 둘러볼 수 있도록 수평으로 지붕까지 설치했다. 이렇게 높은데서 식물과 꽃을 보는 것은 지상에서 보는 것과 다른 느낌을 주는데 일본에서는 유일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주민정서 함양, 관광객 유치, 지역 활성화 기여’라는 세 가지 성과를 지향하고 있는 하나카이로. 향토의 매력을 활용한 지속성 있는 마찌즈쿠리로 발전하기 위한 지역의 노력은 지역 관련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와 지역 주민의 정서, 기능향상에 이바지하고 있었다.

② 요괴 캐릭터 특화거리 ‘미즈키시게루 로드’
사카이미나토(境港)시는 페리 선착장이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경유지에 불과했고 인근에 대형마트 입점으로 상가공동화 현상 등 지역경제가 침체일로에 있던 곳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 문화콘텐츠를 이용한 지역재생 프로젝트. 1989년 시는 ‘녹(綠色)과 문화의 마찌즈쿠리 포럼’을 결성하고 이 고장 출신인 일본 만화계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水木じげる)를 콘텐츠로 하여 주민이 함께 특성화거리 조성에 나섰다. 사카이미나토역 동쪽 800m 거리에 1992년부터 2012년까지 약 153개의 요괴만화 캐릭터와 기념관을 조성했다. 현재 가로등, 택시, 음식점, 상품 모든 것이 이미지 통합과 브랜드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 지역 고유의 자원이 없더라도 문화콘텐츠를 이용한 관광자원화, 지역재생의 수단으로 활용한 브랜드 창조의 사례다. 2010년 방문객은 372만 명. 시내 곳곳에서 만화 속의 주인공 키타로(鬼太郎)를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과잉 디자인이나 언밸런스가 없고 지역 고유의 멋과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배려, 눈높이 디자인과 경관조성이 거부감이나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지역의 고민은 있다. 현재 3만6천 인구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라는 점. 지역활성화 지표의 하나인 인구로 본다면 고민은 지금도 진행형인 셈이다.

③ 전국도시녹화페어 주전시장 ‘코야마이케공원’
돗토리현에서 열리고 있는 ‘제30회 전국도시녹화페어’ 주 전시장인 코야마이케(湖山池)공원. 600종 30만주 이상의 초화로 조성되었다. 사업주체는 돗토리현과 돗토리시, (재)도시녹화기구. 여러 구역을 나누어 학교, 기업, 단체, 현과 시, 주민이 참여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마을과 호수사이에 있는 기존 내추럴 가든의 지형 특성을 살려 조성되었고 대회 종료 후에는 공원으로 되돌아간다. 도시 활력화에 기여하는 지속성을 위해 주민녹화활동 지원, 연계조직인 돗토리꽃녹화네트워크 설립, 꽃녹화코디네이터 양성강좌, 관련 이벤트 지속개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역시 관건은 지역활성화 기여, 주민참여, 지속가능성이다. 저성장, 고령화 사회 일본의 어깨에 지워진 어두운 부담이다. 앞서간 일본 도시들이 겪는 문제는 지금 우리 마을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④ 돗토리시 중심시가지 마치즈쿠리 사례지
돗토리시 도시정비부 도시기획과, 중심시가지정비과를 방문해서 실무진과 돗토리역 주변지구, 문화교류거점지구 정비사업에 대한 브리핑, 간담회를 갖고 현장을 방문하다. 돗토리시는 2005년 인근 8개 자치단체와 통합했다. 돗토리의 관문인 역 주변은 보행자감소, 상업기능쇠퇴, 지가하락, 교통결절점으로서의 기능 부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매출액은 1999년 대비 2007년 기준으로 시 전체 -13%, 북부는 -59%, 남부는 55%, 보행자 통행량도 29개 지점 측정결과 1998~2006년 기간 중 -28%로 도시전체가 활력을 잃고 있다. 그래서 ‘돗토리시 중심시가지 활성화 협의회’를 조직해 민간사업과 연계해 상업지 매력향상, 방문자와 보행자가 걷기 좋은 환경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아주 오래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우리 중소도시들도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우리는 모순덩어리 지방자치, 지방재정제도를 무식하게 담고 가야할 것인가?

⑤ 근대문화유산 지키고 활성화시킨 ‘와라베관’
돗토리현청 주변 문화교류 거점지구 60ha. 돗토리시는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도시녹지 감소, 빈 점포 증가로 도시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중심 시가지의 매력을 증진하기 위해 문화 테마를 택했다. 2004년 경관보전 구역을 지정하여 역사, 문화, 경관을 활용한 마치나미町並み형성과 각종 도시 기능을 네트워킹하여 방문객과 보행자를 불러들이는 게 목표다. 이 정비계획에 따라 조성된 와라베관わらべ館은 근현대문화유산인 현립박물관 건물을 활용해 추가 건립한 건축물로 어린이들을 위한 동요교실, 공작교실, 장난감박물관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 지구의 도시재생 정비계획 책정위원 14명중 8명이 주민으로 주민 중심형이다. 시가지 일반 상점가에는 보행자를 위한 지붕설치 등 상가 활성화를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도시내부의 중심지역과 주변지역의 격차심화, 재정부담 가중 등 풀어야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⑥ 전통건조물군 보존지구 ‘구라요시’
구라요시(倉吉)시는 에도, 메이지 시대에 세워진 시라카베도조군, 아카가와라 등 옛 전통 건축물을 보존하는 주민운동을 통해 지역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에도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구와타간장양조장, 1848년 창업한 겐스이주조 본점 등이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다. 시는 이곳을 국가중요전통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하고 경관마찌즈쿠리 사업을 통해 건물 정비, 수리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은 보존회를 결성해 방재활동, 방문객안내, 상가활성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1세기 전 창고로 쓰였던 건물들을 공방과 상점으로 재생시켜 지역경제 재건을 꾀하고 있다. 드라마 '아데나' 촬영지로 정우성이 들렸던 커피집 구라(久樂)를 찾는 이들도 많다. 이런 마케팅 노력으로 관광마을 구라요시를 찾는 방문객이 점차 늘고 있다. 관광객을 위해 무료 대여하는 우산, 자전거를 준비한 배려가 세심하다. 일본 서부의 '산책하고 싶은 거리'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2006년 니혼게이자이 신문). 그래도 인구 5만의 구라요시는 고민에 빠져있다. 일부 상점은 비어있고 외지인에게 넘어간 상점의 주인은 장사만하고 저녁에 문 닫고 떠나기 때문이다. 성미산, 감천마을은 물론이고 전주한옥마을, 인사동 등 우리 명소(?)가 겪고 있는 같은 문제이다.

김광남(공공정책연구소SNP 소장·도시및지역계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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