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국토교통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생활공원 조성사업이 2014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용산국가공원 조성사업 또한 올해 예산에서 빠졌다. 미군 용산기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국가공원으로 지정했고 2017년부터 본 공사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지금 설계가 진행돼야 하는 시점인데 올스톱 위기에 처해있다. 국제 현상공모를 하고 용산공원추진사업단까지 직속기구로 꾸린 국토교통부로서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 정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 마저 당초 402억 원 중 100억 원이 삭감된 302억 원으로 확정돼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될 위기에 처했다.

이 하수상한 일들의 공통점은 모두 ‘공원’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다.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생활공원 사업의 경우 ‘도시공원법’에 공원조성은 국가 사무가 아니라 지방 사무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국가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 얼핏 현행 법 체계상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용산국가공원의 예산마저 전액 삭감한 행태로 보아 근본적으로는 기획재정부의 공원정책을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현행 도시공원법에는 공원조성 사업을 지자체 사업으로 명시하면서도 44조에서는 ▲도시공원의 신설에 직접 필요한 보상비 및 용지비 ▲공원시설인 도로·광장 및 조경시설의 설치에 필요한 비용 등은 국가에서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공원은 엄연히 사회간접자본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국가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올스톱 시키고 지자체에만 그 책임을 미루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대한민국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형편없이 낮은 실정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결국 “공원을 조성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국가공원법 제정도 기획재정부에서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자체 사업에 정부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하면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공원=지자체 사업’을 공식화한 셈이며 행정업무가 복잡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속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쯤 되면 진정 궁금해진다. 이게 기획재정부 단독의 생각인지, 박근혜 대통령도 이 공원정책의 방향에 동의하시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50년 전 “지금 이 만한 넓이의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백년 후 뉴욕은 같은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며, 개발이익 주창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센트럴파크를 조성했던 미국의 사례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사회간접자본이란 여러 가지 생산활동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자본으로서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기반이 되는 필수불가결한 재화를 말하며, 공원은 도로, 철도, 항만, 통신, 전력 등과 마찬가지로 사회간접자본임이 분명하다. 최근 공원이 녹색복지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데 정부가 ‘공원 말살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예방적 복지체계가 무너져 눈덩이처럼 사회적 비용이 불어날 것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국가가 해야 할 당연한 사명을 방기하게 만드는 여러 요인에는 우리나라 공원 법 체계가 곳곳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관성 없고 조경직 공무원도 없기 때문에 책임의식도 없다. 법 체계는 자연공원법과 도시공원법으로 구분돼 있으며 국가공원까지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공원과는 다른 개념의 숲과 생태계보전 등의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등 서로 얽히고 섥혀 발전을 커녕 일보진전도 어려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기회에 공원 및 녹지정책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 현재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림청, 문화재청 등에 분산돼 있는 정책들을 ‘생태’와 ‘녹지’, ‘이용’과 ‘휴양’의 측면을 중심에 두고 가장 효율적인 운용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가가 할 몫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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