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명제다. LH가 공공주택 건설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경부문을 건축공종에 포함시켜서 통합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2개 지구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으로 새해 업무보고 때 계획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경계는 충격에 휩싸였고 분노하고 있다. 애당초 잘못된 명제에서 출발한 것이어서 LH가 계획안을 철회하고 조속히 전면 백지화 선언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LH는 ‘원가절감’이라는 구실을 앞세워 조경공사를 건축공종으로 편입하려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만약 이렇게 된다면 조경공사비의 절감이 아니라 조경업과 학문 전체가 붕괴되는 사태를 촉발하게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이 건설경기 불황과 조경공사가 대거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LH의 이런 ‘원가절감’ 시도가 결국 조경업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2008년 건축기본법 제정 이후 건축분야에서는 호시탐탐 ‘조경의 건축 예속화’를 시도해왔고 상당부분 강탈해간 부분도 있다. 이번 사태는 건축분야의 조경영역 침탈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국내 최대 조경 발주기관인 LH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매우 큰 상황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건축공사업과 조경공사업의 업무내용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여기서 건축공사업은 ‘종합적인 계획·관리 및 조정에 따라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부수되는 시설물을 건설하는 공사’로 정의하고 있다. 또 조경공사업은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에 따라 수목원·공원·녹지·숲의 조성 등 경관 및 환경을 조성·개량하는 공사’로 규정했다. 따라서 건축은 건축대로, 조경은 조경대로 해야 할 역할이 명백하게 구분돼 있다.

물론 당해 공사에서 조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경우에는 효율성 증대를 위해서 건축공사의 부대공종으로 통합 발주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형 조경공사에 필요한 소규모 건축물인 경우에 조경공사의 부대공종으로 건축공사를 통합 발주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사안이고 일반적인 공동주택 건설공사는 엄격히 분리돼야 계획·설계의 목적과 품질을 달성할 수 있다. LH가 시도하려고 하는 통합발주는 조경이 하도급공사로 전락하고 훨씬 낮아진 낙찰률로 이어져 품질저하와 부실시공을 막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조경계는 이번 사태를 신속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쓰나미에 휩싸일 수 있으므로 총력을 기울여 수습해야 한다.

우선 LH에 전면 백지화 및 재발 방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조경인들이 함께 방문해서 굳은 의지를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조경계는 상시적으로 부당한 통합발주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시정하도록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축을 비롯한 인접분야의 부당한 침탈행위가 빈발하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조경은 건축에 포함될 수 있다’는 명제는 애당초 잘못됐다. 조경과 건축은 협력의 대상이지 통합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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