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원도시’ 개념을 도입하고 ‘초록특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은 크게 환영받을 일이다. 공공조경가 42명이 지난 1년간 시민들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해서 내놓은 결과이기에 더욱 값진 성과물이기도 하다.

우선 그 내용의 핵심을 살펴보면 공원의 개념을 법에서 정한 범위에서 탈피해 도시 전체로 확장해서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고, 이것이 초록특별시 정책을 이해하는 첫 번째 관문이 되겠다.

현재와 같이 개발 중심의 도시 정책에서 공원은 늘상 개발이익에 밀려 후순위로 쳐졌다. 주도하기는 커녕 빼앗기고 뒤짚히기 일쑤였으며 한정된 범위에서만 움직여야 했기에 때로는 변질돼 본래 공원의 가치를 상실한 경우도 많다.

그러던 것을 서울시가 시 전체를 공원으로 인식하고 가로·골목길·광장·유수지·옥상 등에 이르기까지 아우르는 초록 중심의 정책을 펴겠다고 한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다. 진짜 이렇게만 된다면 말 그대로 공원의 도시, 공원의 나라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말하기를 “어리석은 사람은 서두르고, 영리한 사람은 기다리지만, 현명한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고 했던 의미를 오늘날 되새겨볼 필요가 있겠다.

이번 서울시 초록특별시 정책을 좀더 살펴보면 대형공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생활형공원에 주목하기 시작하고, 녹색복지의 가치를 인식해 본격적으로 도입이 이뤄진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활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정원박람회를 개최하고 이를 지역재생 관점에서 풀어가겠다는 의지는 돋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시민을 중심에 세우고자 공원시민센터 설립과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잠깐공원 프로젝트도 참신한 아이디어에 꼽을 수 있겠다.

이처럼 공원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바꿔 생태녹지의 가치를 시정 운영의 중심에 둘 수 있다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큰 변화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우려스러움이 떠나지 않는 것은 현실에서는 엄연한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도적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가 정책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넘어야 할 산이다. 또한 개발위주 인접분야의 공격적이고 침범적인 약탈행위가 중단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염려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현실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푸른도시선언으로 표방되는 서울시의 푸른철학이 다른 지자체들에게 조속히 확산되고 전파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 공공조경가 42인의 노력은 결코 일개 지자체만의 자산이 아니라 우리 조경계 모두의 자산으로 승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벤치마킹해서 함께 적용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인접분야의 상시적 견제와 간섭, 침범에 대해서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어렵게 마련한 토대가 흔들림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측면사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선보인 공원에 대한 새 패러다임은 과거처럼 일회성이거나 생색내기로 끝나서는 안된다. 반드시 성공모델로 만들어서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산시키고 국가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어리석은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영리한 사람에 만족할 것인가, 현명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우리는 그 기로에 서 있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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