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쓰는 초록동색(草綠同色)이라는 말은 ‘풀색과 녹색은 같은 색이라는 뜻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같이 어울리게 마련’이라는 생각을 담고 있으며, ‘초색(草色)과 녹색(綠色)을 합하여 초록이라 하듯이 서로 같은 무리끼리 잘 어울린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명칭은 다르나 따져보면 한 가지 것이라는 말로서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 가재는 게 편이요, 솔개는 매 편이요, 초록은 한 빛이라는 속담과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고 한다.

봄을 앞두고 모처럼 반가운 뉴스들이 쏟아졌다.

정부가 도시 생활권의 녹지 확충을 위한 사업을 잇달아 발표한 것이다. 산림청이 올해 도시숲 사업 446곳 등의 조성을 위해 1049억원을 투입하겠다고 14일 밝혔고, 국토교통부가 자투리땅, 그린벨트 내 자연경관 등을 활용하여 집근처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공원을 확대하기 위해 60곳을 조성하겠다고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발표했다고 한다.

이 두 사업은 주관부처가 다르고 시행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대상지와 결과물을 놓고 보면 유사한 점이 많다. 초록동색에 비유해도 좋을만큼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갈등관계에 있는 것 같다.

최근 발의된 법안 가운데서 물 순환 도시조성을 촉진하기 위해 조경설치 면적의 85/100까지 완화해주겠다는 내용의 건축법개정안이 논란이다. 왜 하필, 또 조경면적인가?

그동안 우리는 이딴 식의 논리를 들이대며 건축법이나 관계 법령에서 무수히 많은 조경면적을 난도질한 장면을 목격해왔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활성화시킨다고, 도시농업을 장려한다고, 공장 신축을 늘린다고, 기업 규제를 해소한다고, 친환경에너지를 활성화시킨다고 기타 등등 오직 건축산업의 이익만을 위해 쓸개 자르듯 조경면적을 아무렇게나 축소해버리는 이 만행은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 또 어떤 개악이 등장할지 알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너무 무력하다. 녹지 사수를 위한 장렬한 투쟁은 커녕 반대성명서 한 장 내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녹지는 계속 침범당하며 축소되고 점점 예속돼가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본질적인 해법은 보이질 않는다.

안타까운 일은 저마다 산재해 있는 '초록들'이 반복되는 녹지 축소 정책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 처한 당시의 입장이 다르고 평상시에도 갈등관계에 있다보니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이런 상황은 생태녹지 분야의 모두에게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내부의 곡식은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 채 계속 빼앗기고 있으면서 외부 초록동색의 곡식을 무조건 적대시하고 배척하는 모순된 현실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서 따져봐야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산림청의 최근 동향은 주목할만 하다. 더 이상의 갈등이 반복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 조경계가 수년간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도시숲법 제정’을 무리하게 강행하지 않고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현재 시스템으로도 할 수 있는 정책들인데 굳이 추진해봤자 말썽만 커지고 득이 없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생태 녹지와 관련한 정책들은 다양한 분야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늘상 대립하고 있다. 이것은 정책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국민 처지에서는 불편이 커지는 것이다. 그렇게 오랜기간 동안 한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다툼하는 사이에 녹지와 조경면적은 계속 빼앗기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초색(草色)과 녹색(綠色)은 연대할 수 있어야 지킬 수 있고, 지켜낼 수 있어야 확장도 가능하다. '초록은 동색'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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