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국가 정원정책 마련을 위한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작년 7월부터 잇달아 공청회가 열리고 정책자료 및 로드맵이 공개됐었기 때문에 충분히 예견 된 개정안으로 올 상반기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모양새는 의원들이 앞다퉈 발의하려고 경쟁하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당초 순천시 지역구 의원이 입법을 준비해오던 것인데 실효성을 높이려고 여당 중진의원에게 넘기자 해당 도 출신의 야당 중진의원이 선수 쳐서 대표 발의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에게 정원법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의 국가정원 지정을 통한 정책지원의 시급함’을 해결하는데 누가 더 큰 역할을 하느냐 하는 입법 경쟁무대가 된 듯 하다. 여야 및 상임위를 뛰어넘어 노획물이 된 정원법을 보고 있노라면 국회 내에서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분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에 치열한 헤게모니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다. 크게 세 부류에서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데, 국토부 법정 건설단체 및 비영리 조경단체, 산림청 법정단체인 식물원수목원협회, 그동안 정원산업을 개척하며 이끌어 온 정원사 그룹 등이다. 저마다 처한 입장과 환경이 다르다보니 해석과 의견 또한 확연히 구분된다.

한국조경학회가 이낙연 의원실에 제출한 반대 의견서를 살펴보면 “정원에 대한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개념을 곡해하고 있으므로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관련 학계·업계 등이 함께 모여 국민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법제적 변화를 모색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조경사회도 “산림청의 정원문화, 정원산업 진출은 엄청난 자기모순이며 타분야 침탈에 가까운 행정편의주의와 공권력의 남용에 다름 아니다. (중략) 자기부정을 무릅쓰고 정원의 영역까지 침투하려는 의도, 아니 차지하려는 불순한 사고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아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반면 이 법의 한 축이 되고 있는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아, 공원(public park)과 공공정원(public garden)은 그 공간 내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기존의 공원처럼 조성해서 제공되는 공간과 달리 시민의 참여로 조성과 관리가 동시에 진행되는 공간이 ‘공공정원’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조경분야 전문가는 시민을 지도하여 ‘조성’ 뿐만 아니라 관리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찬성의견을 보내왔다. 그리고 묵묵히 정원산업을 일궈온 정원사 그룹에서는 “국가 정원정책이 수립돼 산업과 문화의 기틀이 마련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런 제반 환경에서 소관부처인 산림청의 속내는 복잡한 것으로 보여진다. 당초 대표 발의를 준비하던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의원이 협의 없이 발의함으로써 추진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수 차례의 공청회와 심포지엄를 거치며 공개적인 정책설명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음에도, 여태 침묵하고 있던 단체들이 발의직후 반대의견을 쏟아내는 것도 부담인 듯 보인다.

그렇지만 산림청은 공식 입장을 통해 “다양한 만남과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여 조경인들의 의견과 이해관계를 적극 수렴하여 입법과정에 전달·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조경학회가 의견서에서 언급한 ‘관련 학계·업계 등이 함께 모여’와 부합하기 때문에 거국적인 협의 테이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생산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누구든지 먼저 양보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어야 ‘빅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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