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유동적이었던 ‘조경의 날’이 올해부터 ‘3월 3일’로 확정돼 첫 기념식을 가졌다. 여러 후보날짜 가운데 이 날을 선택한 배경은 1967년 3월 3일에 공원법이 제정된 것을 기념하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경주 안압지가 축조된 날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통일신라시대 대표 정원이면서 우리 전통조경사에 중요한 획을 긋고 있는 안압지 축조일은 문헌상으로 보면 가장 오래된 조경 관련 기념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대조경사로 와서 조경분야 정책의 근간이 됐던 공원법이 제정된 것 또한 함께 기념할 의미 있는 날이다.

이처럼 조경사적인 의미와 함께 ‘3월 3일’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3이라는 숫자가 중복된 날이고 봄의 초입에 있으니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뜻 깊고 간절한 날이다. 현재 일반 달력에는 ‘납세자의 날’로만 표기돼 있을 뿐이지만 4월22일 정보통신의 날, 6월18일 건설의 날, 11월 9일 소방의 날 등과 같이 ‘3월 3일 조경의 날’도 정식 기념일이 될 수 있기를 꿈꾼다.

이 날이 되면 우리 시대 조경이 가지는 의미를 국민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그동안 고속성장과 회색도시를 향해 달려온 삶에 쉼표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온갖 부수고 짓고 쿵쾅거리기만 했던 건설업 종사자들도 이 날 만큼은 생태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조경의 역할을 이해하는 시간이 됐으면 더 좋겠다.

해마다 3월 3일 조경의 날이 오면 작은 화분 하나라도 사서 집안에 들이고, 공원에서는 놀이시설·휴게시설의 상태를 점검하며, 동네마다 모여서 올해 우리 마을가꾸기는 어떻게 할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날을 기념하여 지방과 국가의 조경정책을 점검하고, 어떻게 하면 지구온난화 시대에 조경생태의 가치를 확산해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지 온 국민의 관심이 모아졌으면 좋겠다.

1년 중 많은 날이 있지만, 과거 산업화 시대에 조경 발전을 위해 헌신해오다 순직한 이름 없는 조경인들을 함께 추억하고 그들의 가정에 쌀 한포대라도 전달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한 함께 성장하고 있는 건축·토목·원예·임업 등 인접한 산업을 위해 조경이 중심이 되어 넉넉함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양병이 (재)서울그린트러스트 이사장은 첫 조경의 날 특강에서 “개발과 고성장 시대에서 복지와 저성장 시대로 바뀌고 있는 사회변화를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했다.

조경의 패러다임으로는 ▲전통적→융합 패러다임 ▲사이버 시대에 적합한 조경 ▲기후변화에 대비한 조경 ▲조경은 과학인가? 예술인가? ▲조경은 설계인가? 시공인가? 관리인가? 등의 물음을 남겼다. 그러면서 앞으로 조경인들이 해나가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정부 각 부처 제도보완 ▲법규와 제도 보완 위한 마스터플랜과 전략계획 수립 ▲새로운 사회변화에 대비한 조경 패러다임의 변화 ▲시민과 함께하는 조경을 위한 조경인들의 훈련 ▲정부예산 확대와 시민 모금 활성화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콘텐츠 개발 ▲조경업의 6차 산업화 ▲조경영역의 확대 노력 등을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모두 내일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해나가야 할 일들이다.

오늘은 조경만의 날이었지만, 관련 분야 모두의 기념일이 되고,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융합의 시대로 나와야 한다. 국토개발 시대의 건설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생태·문화·복지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용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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