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연간 시공실적 1000억원을 넘어서며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건설 조경시공회사였던 ‘청우개발’은 우리 모두의 자랑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을 비롯한 다 방면에서 1위 기업이다.

지난 해 8월 그 기업이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대한민국 조경계는 발칵 뒤집혔다. 청우개발이 주는 상징성과 영향력이 무척 컸기 때문에 “터질 게 터지고야 말았다”면서도 여기저기 곡소리는 줄을 이었다. 우리는 주택분양 저조와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1군 건설사들의 줄도산에서 비롯된 건설생태계의 피해자라고 위로하며 잘 이기고 재기해 주기를 바랐다.

당시 이재홍 청우개발 회장은 육필 서신을 통해 “채권단에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는데 무슨 말씀을 드리겠는가? 앞으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채권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시금 저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뜻을 전해왔다.

최근 청우개발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소송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요지는 원도급사가 삼성물산인 광교호수공원 조경시설물 공사에 참여한 협력업체들이 지난 해 8월까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채 청우개발이 부도위기에 처하자 삼성물산에게 직불처리 할 수 있도록 요청서를 청우개발이 작성해 주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이 대금을 직불처리 하면 끝났을 일이었지만, 그 직전에 청우개발의 회생절차개시가 승인되면서 삼성물산이 이를 회생채권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직불처리를 미루었다. 그 후 청우개발이 회생채권으로 분류하자 법원에 공탁하면서 발생된 문제다.

이들 31개사 중 삼성물산을 상대로 소송에 참여한 12개 협력업체들은 미수 공사대금 전액 받지 못한 채 청우개발로 하여금 회생채권으로 분류됐다. 만약 소송에서 협력업체들이 패소한다면 채권금액의 70%가 탕감된 채 나머지 30%에 대해서만 10년간 분할상환 받게 되는 것이다. 소송에 참가한 12개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받았어야 할 미수 공사대금 총 7억6000여 만원 중 70%를 상각당하고 나머지 2억2800여 억원을 10년에 걸쳐서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가 되겠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삼성물산의 형평성과 청우개발의 진정성이다. 대법원에서 ‘사전에 직불동의된 채권은 회생채권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범주의 판례가 있음에도, 삼성물산은 무리수를 두면서 청우개발을 감싸다가 말썽이 커지자 공탁을 걸어두고 모든 책임에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일선 하도급업체의 일까지는 알 바 아니라는 입장인 것이다.

청우개발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처럼 부도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불동의서를 제출하고 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막상 회생절차가 시작되면서 채권을 분류하면서 언감생심 집행되지 않았던 해당 채권들까지 분류함으로써 ‘채권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진정성에 의심을 받게 됐다.

지난 17일 청우개발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회생계획을 최종 인가 받았다. 여기에 따르면 회생채권으로 분류된 180억 여원에 대해서 청우개발은 원금 70%인 126억 여원을 탕감받게 됐다. 나머지 30%인 원금 54억 여원에 대해서만 10년에 걸쳐 분할 변제하면 되는 것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업체들이 떠안아야 할 몫이다.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인가?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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