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코리아 가든쇼’ 학생부문 집체교육이 2박3일간 용인 흥국생명연수원에서 진행됐다.

대상지 ‘박애원’으로 가다
짐을 한 꾸러미씩 짊어진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미 분위기 파악을 한 모양인지 컵라면부터 과자 등 밤을 샐 전투식량도 준비한 모습이다. ‘2014 코리아 가든쇼’ 학생부문 공모전에서 당선된 10팀(2인 1조)의 학생들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미션은 ‘정원을 디자인해서 사회에 기부하라’는 것. 그 설계를 위한 집체교육이 2박3일간 용인 흥국생명연수원에서 진행됐다. 정원 기부 대상지로 선정된 곳은 정신요양, 노인요양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박애원’. 집체교육 그 대장정의 첫걸음은 이곳에서 시작됐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박애원’은 대부분 ‘조현병’이라고 불리는 정신분열증 환우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이들은 장시간 햇볕을 쬐는 일이 힘들고 외출 또한 쉽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조성될 정원은 가까운 곳에서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번에 학생들 손으로 아름답게 탈바꿈될 부지는 시설의 정중앙에 위치한 광장이다. 원래 이 중앙광장은 개 사육장으로 쓰이고 있었지만 사실상 용도를 알 수 없을 만큼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누군가의 손길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학생들은 공간의 크기를 몸으로 재보고 땅과 나무를 관찰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부단히 걷고 또 걸었다. 정원을 디자인한다는 건 단지 정원 그 자체뿐만 아니라 환우들의 생활,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이 우선되어야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학생들과 멘토들이 아이디어를 두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있다.

토론하고 설계하고 밤새고
본격적인 교육은 용인에 위치한 흥국생명 연수원에서 (사)푸르네정원문화센터의 멘토들과 함께 진행됐다. 첫날 저녁은 멘토들로부터 ‘정원의 가치’, ‘정원디자인’ 등 기본적인 정원매뉴얼을 습득했다. 그러나 이번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정원을 디자인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시공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곧 학생들을 가장 곤란하게 하는 일이기도 했다. 늘 책상에서만 이루어지던 디자인 작업들을 직접 시공하려고 하자 견적비나 시공법 등 알 수 없는 일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멘토들은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가기에 앞서 학생들에게 걷고 또 걸었던 대상지의 아이디어들을 던져놓을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소리정원’, ‘꿈의 정원’, ‘소통하는 정원’ 등 다양하게 쏟아져 나온 아이디어들이 멘토들의 날카로운 지적으로 몇 번이고 걸러졌다. 멘토로 참여한 박혜미 푸르네 정원사가 말한 근본적인 원인은, “벽에 거는 그림이 아니라, 실제로 시공될 수 있는 그림이어야 한다”는 것. 그는 “원하는 대로 시설물을 막 넣고 식재 수종을 그려 넣다보면 견적비가 어마어마하다”며, “학생들이 모르는 게 그 부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로 시공현장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기부시공을 통해서 학생들이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각 팀들의 콘셉트가 잡힌 후, 마지막 날 아침 11시까지 최종설계안을 완성하기 위해 작업은 밤새 이어졌다. 멘토들의 지적도 쉴 틈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도대체 뭘 했냐고 묻는다면, 학생들은 그저 디자인만하지 않았다고 답할 것이다. 그들은 ‘조현병’을 공부해야했고 인간의 삶에 있어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져야 했다. 콘셉트에 어울리는 식재와 시설물은 물론이고 환우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것들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모든 것은 시공 가능한 견적에서 시작됨을 놓쳐서도 안됐기에 결국 해가 뜨고 말았다.
최종적으로 나온 4팀의 설계안들을 두고 프레젠테이션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학생들은 각 팀의 콘셉트 방향과 환우들의 생활, 견적상황 등 2박 3일간의 고민들을 집대성한 설계안들을 이어 발표해나갔다. A팀이 제안한 ‘소리정원’ 같은 경우에는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상상력을 자극하는 감각이 청각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새소리, 나무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등 소리의 파장에너지를 정원에 녹여냈다. ‘박애원’의 정원이 자연과 사람들로 가득 찼으면 하는 학생들의 소망이 담긴 작품들이 연이어 발표되며 2박3일간의 일정이 마무리됐다.

진짜 ‘시공’을 향해서!
학생들에게 설계부터 시공까지 직접 모든 걸 해야 하는 이번 과정이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강지혜(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학생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는 말로 화답했다. “학생으로서 직접 시공까지 하게 되는 일은 드물다”며, “설계만 할 때는 ‘시공은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모든 과정을 함께하면서 시공법, 견적비 등과 같은 현장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게 되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또 영국에서 유학 중인 송초희(위틀컬리지 가든디자인 전공) 학생은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한국 조경전공 학생들과 교류하고 대화해 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집체교육을 통해서 한국의 조경, 원예,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과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송초희-왕준현 두 학생은 오는 20일까지 고양국제꽃박람회장에서 공동시공 작업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가 새 학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이달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가든쇼 내에서 공동시공을 진행하게 된다. 5월 12일부터 이틀간 ‘박애원’ 기부 시공에 들어간다. 올 여름 ‘박애원’의 중앙광장에는 새로운 정원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손으로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지는 정원이 환우들과 가족들의 생활에서 아름답게 만개하면 ‘2014 코리아 가든쇼 학생부문 기부정원’ 과정은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정원 기부 대상지 ‘박애원’의 중앙광장 모습.

 

▲ 설계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학생들이 대상지를 분석하고 있는 모습.
▲ 멘토들의 정원에 대한 기초적인 수업이 이어졌다.
▲ 본격적인 정원 디자인에 들어가자 학생들은 바빠졌다.
▲ 대상지를 고려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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