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선영 (주)경동엔지니어링 조경레저부 차장

6월 14일 뚜벅이 투어는 경기권이지만 심리적 거리가 다소 멀어 자주 갈 수 없던 벽초지수목원과 파주 운정호수공원이었다. 벽초지수목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물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몇 주 전부터 고대하던 곳이었고, 파주 운정호수공원은 2007년에 현상공모를 하였던 곳이어서 마스터플랜이 공간으로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무척 궁금하였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파주 운정호수공원과 가까운 LH 파주사업본부였다. 회의실에는 공원 관련 자료와 수첩, 물 등이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었고, 시원한 곳에서 사전 설명을 들으며 기분 좋은 답사를 시작하였다. 안상욱 단장님과 홍석원 차장님의 설명과 함께 운정호수공원과 건강공원을 3km이상 걸었다. 운정호수공원은 2007월 6월에 현상공모를 통하여 설계자가 결정되었고, 7년만인 올해 6월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된 곳이다. LH 파주사업본부에서 운영 중이었던 물 순환 시스템을 파주시에서 관리하고 있어 답사 당일은 물을 틀어주지 않았다. LID 시스템이 적용된 바닥분수, 폭포, 끝없이 연결된 실개울 등은 그냥 상상 속에서 체험해볼 수밖에 없었다.
공원의 비관리지역에는 야생화를 파종하여 금계국, 벌노랑이, 알파파, 수레국화, 갯버들 등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이 아름다웠고, 투입 공사비에 비해 효과가 좋은 편이었다. 아쉬운 점은 저류지를 활용하여 공원을 만들어서인지, 구조물 공사비가 너무 높아 식재공사비를 줄여서인지, 식재된 나무들이 골바람에 고사해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공원을 이용하는 보행자들에게 그늘을 줄 수 있는 나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매년 자원봉사자의 참여와 식목행사를 통해 파주의 진정한 그린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운정호수공원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점심시간에는 바람이 좋은 운정루에 올라 도시락과 반주를 나눈 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4 경기국제보트쇼 및 국제아웃도어 캠핑페스티벌'에 들렀다. 30분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유니온랜드의 요트 설명도 들을 수 있었고, 다양한 수상레저시설물을 볼 수 있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2015년의 국제보트쇼는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위안을 하며, 바쁘게 걸음을 옮겨 3시 반쯤에는 드디어 벽초지수목원에 도착하였다.
벽초지수목원은 2007년 이맘 때 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다. 초여름의 겹분홍 찔레꽃과 일본조팝나무의 한 아름 가득한 분홍 꽃을 잊을 수가 없어 매년 다시 찾아오는 곳이다. 4계절 어느 시기 어느 시간에 방문해도 벽초지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나는 특히 초여름의 눈부신 벽초지를 사랑한다. 초여름의 벽초지를 제대로 느끼려면 호수 저편의 정자나 다리로 가기 전에 비밀의 화원으로 통할 것 같은 작은 아치문 옆의 좁은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아치문의 담쟁이덩굴은 돌담을 빽빽하게 뒤덮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담장 윗부분에서 살포시 드리워져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이곳에서도 설계와 시공을 맡은 정정수 화백님의 경관에 대한 배려를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었다. 작은 돌들을 정갈하게 쌓아올린 회색 돌담, 그 위를 살짝 드리운 앙증맞은 담쟁이 잎, 돌담과 비슷한 색채의 회갈색 아치문, 사람 키보다 약간 높아 위압적이지 않고 주변 자연과 조화되는 무채색 조명등, 회색의 화강석 판석 계단과 계단 옆의 현무암 경관석 등 눈에 보이는 경관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기존 자연과 어우러져 원래 그 곳에 있었던 것 같은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빨리 호수를 보고 싶은 마음에 계단 밑에서 올라오는 유모차를 끄는 가족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다. 그늘이 드리워져 약간은 어두운 좁은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하는 긴장되고 설레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반겨줄지 심장이 쿵닥쿵닥 뛰기 시작하였고, 몇 초 후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탁 트인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위에는 햇빛에 반짝이는 초록빛 연잎과 수련의 싱그러움이 데크 주변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피아노 건반을 닮은 물과 맞닿아 있는 낮은 데크를 걸어가면 수련 사이로 잉어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누구나 이곳에 와 본 방문객이라면 이른 새벽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이 호수의 매력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이다. 데크 주위로 물안개가 자욱하고 연꽃이 피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고요한 공간 속에서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수목원의 각 공간은 긴장과 이완, 밝음과 어둠, 좁음과 넓음 등의 상반되는 두 분위기가 유기적으로 얽히면서 지루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의 켜를 선사한다. 햇살 가득한 연두빛의 너른 잔디밭을 지나면 두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고 그늘이 드리워진 주목터널이 나온다. 그 너머 숲의 시원한 그늘 아래에는 정자 쉼터와 현무암을 놓아 만든 실개울이 있다. 숲의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나무들이 많아 경계까지 걸어가지 않는다면 수목원은 끝없이 무한한 공간으로 느껴진다.
수목원을 둘러본 후 정정수 교수님과 직접 설계와 시공과정에 대해 문답할 수 있는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기다움’이라는 아름다움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경관을 총괄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 한국의 토속적인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시공능력을 겸비한 정교수님은 정말 멋진 분이셨다. 7월에는 벽초지수목원을 다시 찾아와 새벽 물안개 사이로 새소리와 함께 연꽃이 피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최소한의 경비로 매달 다양한 답사를 준비해주시는 한국조경신문 김부식 사장님을 비롯한 실장님, 기자님들의 수고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김부식 사장님의 빠른 쾌유를 기도 드리며, 다음 답사에는 꼭 건강한 모습으로 뵐 수 있길 기원한다. 사장님을 대신하여 인솔해주신 한국조경사회 정주현회장님께도 감사를 드리며, 스케줄을 조정하여 2014 경기국제보트쇼 및 국제아웃도어 캠핑페스티벌도 볼 수 있게 해주신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운정호수공원을 돌아보며 자세히 설명 해주신 LH 파주사업본부 안상욱 단장님과 차장님께도 감사드리며, 푸짐하고 맛있는 저녁을 지원해주신 디자인파크개발 상무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또한 답사비를 지원해주신 박찬일 부서장님과 함께 참여해주신 부장님을 비롯한 팀원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이번 답사를 통하여 함께 고민하고 함께 감동할 수 있었던 답사자분들을 다음번 뚜벅이 투어에서도 다시 만나 즐겁게 술 한 잔 나눌 수 있길 기대해본다. “뚜벅이 만세, 조경 만세”

배선영((주)경동엔지니어링 조경레저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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