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시행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내년 1월부터 전면 적용된다. 안전행정부는 이미 한 차례 유예기간을 부여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였다. 특히 국가 정책기조가 ‘안전’을 중심으로 한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 정책’ 또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현재의 정책은 전에 없던 안전기준을 신설하고 이에 부합하지 못한 놀이시설은 교체하도록 하면서도 그에 대한 재정지원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또한 안전검사 인증기관의 난립으로 설치검사의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상태로 어린이 놀이시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연착륙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가장 큰 쟁점은 안전기준에 합격하지 못한 놀이시설들은 내년 1월 27일부터는 불법 시설물로 전락돼 과태료를 물게 되거나 철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국의 6만2000여 놀이시설 가운데 1만5000여 곳이 아직 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불합격 또는 부분합격 판정을 받은 곳이다. 남은 시간은 불과 5개월 뿐이다.

대부분 민간 관리영역인 이곳을 구제할 방법은 정부가 놀이터의 공익성을 인식하고 교체사업을 지원해야 하는 것인데 정부는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자지체나 관리기관으로 떠넘기고 있으니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2014년 4월 기준으로 전체 놀이터의 21.19%에 해당하는 1만3184곳이 아직까지 설치검사를 받지 않았다. 이들 지역을 살펴보면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도시공원, 어린이집, 학교 등은 미검사율이 낮았지만, 민간 관리가 많은 주택단지 및 유치원은 여전히 높았다. 이 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검사를 받지 않은 놀이터 가운데 87%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영역 놀이터 중 상당수는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테두리 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놀이시설 검사기관의 부실운영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안전관리법 시행에 따른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행정부가 인증기관을 마구 인가한 결과라고 한다. 특히 올해까지 설치검사 의무기간이 끝나면 검사 수요 감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인증기관의 효율적 운영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검사장비 보급 확대와 검사원들의 역량강화 등도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 법의 목적이 놀이시설 폐쇄에 있지 않다면 놀이시설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강제로 법만 만들어서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안전한 놀이터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놀이시설 운영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관리하고 검사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안전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를 발굴해 시상하는 일 또한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은 무엇보다 ‘안전’에 방점을 찍어야 하지만, 그와 함께 어린이들의 ‘창의적인 놀이’가 춤 출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망각하면 안된다. 어른 눈높이가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출구를 찾지 못한 전국의 1만5000여 놀이터에 대해서 이제는 논의의 대상으로 올려서 어떤 해법을 선택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 여기에는 아이들 의견이 꼭 반영돼야 할 것이다.

 

 

논설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