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정원이 뜨면서 정원문화 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정원문화는 ‘정원’이라는 공간 또는 ‘가드닝’이라는 행위에서 출발하고 있다.

오늘과 같이 극도로 고밀화된 현대사회에서 정원문화가 부각되는 이유는 가드닝의 순기능에서 비롯된 것으로 꼽을 수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고 교감하면서 희로애락의 감성을 체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물질만능주의 사회가 쏟아놓고 있는 병폐들을 치유할 수 있는 유효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원문화에는 휴양과 레크리에이션, 공동체 커뮤니티도 존재하고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이 결합되기도 한다. 음악과 미술, 문학, 공연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음식과 파티, 무용 등으로 전달될 때도 있다.

정원 안에서 또는 가드닝을 매개로 다양하게 등장하는 ‘~거리’들은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해준다. 즐길거리,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 등을 역동적으로 마주하면서 일상 속에서 정원은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정원의 문화를 논하는데 있어서 정원설계기법, 최신 디자인경향 등의 기술이 꼭 우선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원문화의 향유자인 국민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문제는 주거문화가 아파트로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도시민들의 가드닝 기능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급한 과제는 이러한 변화에 따라 도시민들이 가드닝 기능을 스스로 회복하도록 유무형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이다.

그래서 정원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원의 즐거움, 가드닝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회적 역할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정부 정책이 자꾸만 녹지면적 축소 일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러한 퇴보에 대해서 녹지, 정원, 조경, 원예, 임학 분야가 공동으로 대응에 나서 저지선을 구축하고 막아내야 할 사명도 있다.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시민들의 정원문화 활동과 요구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선순환 구조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늘 출범하는 정원문화포럼은 융합적인 출발이라는 데서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원예·임학·정원·조경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이런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1년 전부터 본격적인 논의와 추진을 시작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서로가 제 분야라 여길 수 있지만, 제 밥그릇을 먼저 챙기기 보다는 공통분모에 주목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정원산업 진흥과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융합'이란 나를 고집하지 않고 서로 뭉쳐서 다른 어떤 것으로 새롭게 탄생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거꾸로 생각한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내 것만을 고집하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정원문화는 무엇보다 융합적인 그릇이 필요하다. 정원문화가 뜨는 시점에서 우리가 지금 가져야 할 자세는 선 긋기가 아니라 융합이다. 그래야 정원문화도 국민들 속에 들어가서 꽃 필 수가 있는 것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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