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계가 또 뒤집어졌다. 이번에는 ‘조경설계업의 임종’을 예고하는 사건이다.

건축·토목이 주도하는 ‘건설기술용역업’으로 발주 개념이 바뀌게 되면 그동안 메인으로 활동해왔던 조경설계와 조경엔지니어링은 사실상 하청업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장기적인 건설업 침체로 새 활로를 찾고 있는 건축·토목분야의 무자비한 침략의 연속이다. 이들 토건세력들이 건설정책을 주도하는 한, 정부가 방치하며 무주공산 상태로 만든 ‘조경업’은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또 슬픈 사실은 이번에도 조경계는 뒤늦게 사실을 인지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미 2년 전부터 기존 엔지니어링업과 중복되는 이중규제라고 반발하며 이슈가 됐었고, 지난해 ‘건설기술진흥법’이 전부개정돼 올해 5월23일부터 시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1년 유예기간이 있어 아직 환부가 터지지 않고 있을 뿐이지만, 중병이 진행돼 왔음에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셈이다.

그 옛날 명성을 날리던 조경업은 국가의 정책 방기로 인해 사양길로 접어든지 꽤 됐다. 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조경분야 수요가 늘어나면서 양적으로는 조경산업이 팽창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속내는 걷잡을 수 없이 썩어 들어가는 상황이다.

이처럼 조경 따위야 어찌됐든 겉으로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며 조경 영역을 침탈하며 쾌재를 부르는 침략자들이 이 나라에는 창궐해 있다.

‘건설산업 선진화’를 해야 한다면서, ‘건설기술용역업으로 단순화한다’는 명분으로 토건을 앞세워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이들이다. 때로는 여성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때로는 건설협회의 힘을 앞세우며 겁박하던 이들이다. 도를 넘어 국토교통부마저 노골적인 건축과 토목만을 위한 정책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 조경산업의 생존은 관심 밖의 일이다.

지속가능한 국토개발과 경관자원, 보전해야 할 환경생태, 치유 및 휴양을 위한 숲과 공원은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녹색복지의 기본이다. 40년 넘게 이 땅에서 그 일을 해온 것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조경’이었다. 그러던 것을 토건족 입맛에 따라 갈기갈기 찢어 나눠가진다면 국민들은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국가는 조경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수십 년간 그것을 방기해 오는 동안 조경산업은 붕괴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냥 못본 체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노골적으로 칼날을 들이대며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조경면적, 녹지면적 등 의무 대상지를 끊임없이 삭제하고 난도질하는 것도 국토교통부다. 녹지면적이 왜 규제인가? 누구를 위한 규제 완화인가?

이렇게 조경산업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근본 원인은 대한민국 법전 어디에도 ‘조경’이라는 두 글자를 제대로 정의한 곳이 없고, 정부기관 어디에서도 조경정책을 제대로 챙기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토건을 숭배하며 조경 죽이는 정책을 언제까지 방기하며 밀어붙일 셈인가?

 

논설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