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계가 또 위기다. 언제 위기 아닌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몇 년째 위기는 반복되고 있으며 나아질 조짐 없이 퇴보만 계속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어렵다니 위기고, 업역은 계속 침범당해 줄어드니 또 위기다.

그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조경단체들이 오는 15일 한데 모여서 위기극복방안을 논의한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행사가, 해마다 열리는 한국조경사회 조경기술세미나로 진행되면서 이걸 듣기 위해서는 저녁식사비 포함해서 안 먹더라도 3~4만 원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니 번지수가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날 발표자로 나서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대부분 새롭지가 않다. 시작도 전에 재뿌린다 여길지 몰라도 ‘환골탈태’를 해야 할 시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며,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조경계가 여전히 외연을 넓히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총체적 위기를 맞아 수 만 명에 달하는 조경분야 종사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 믿음을 주고 돌파구를 제시해야 할 시점에서 본다면 더욱 그렇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의 어려움과 지혜를 듣고 중지를 모아야 하지 않는가?

한국조경신문은 꼭 2년 전 230호 사설에서도 ‘조경분야 컨트럴타워 만들자’는 사설을 냈다. 그보다 앞서 2008년 6월에는 ‘위기관리시스템 없으니 맨날 뒷북…조경단체연합 구축 필요’ 제하의 기사를 내보내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컨트럴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벌써 2년 전, 6년 전 일이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고 얼마나 진보했는가? 제대로 된 컨트럴타워가 등장하기를 했나? 외연이 넓어지기를 했나? 업역을 방어하기를 했나?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조경단체총연합’과 같은 컨트럴타워라고 강조했지만, 지금껏 논의조차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의 시스템을 고수하고 변화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다양한 조직을 묶어 컨트럴타워 기능을 하는 곳이 많다. 인접분야부터 살펴보면 디자인단체총연합회, 공간디자인단체총연합회,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 임업단체총연합회, 건설단체총연합회, 교통단체총연합회 등이며 정보기술학술, 전통연희, 낚시 등도 총연합회를 꾸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컨트럴타워를 만들지 못하고 있을까?

주요단체 6개가 참여하고 있는 환경조경발전재단의 울타리가 너무 크다. 주요단체들은 이 안에서 이해를 조정하고 비전을 만들면 되겠지만, 전통조경학회, 조경수협회, 공원시설업협동조합, 환경생태학회 등 그 외 조경단체들은 호소할 곳이 없다. 만약 내부단체와 외부단체간 이해가 상충된다면 발전재단은 내부단체 이익을 우선 챙겨야 하므로 범조경계 컨트럴타워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제 새해가 되면 조경분야 대표단체인 조경학회와 조경사회의 수장이 바뀐다. 그러나 최근 발전재단의 움직임을 보면 기존 단체들이 새 지도부에 견제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오히려 내부단합을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더욱 안타까운 노릇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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