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경계 40년 숙원이었던 '조경법'이 제정되면서 절망이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희망찾기가 시작됐다. 당장 첫 술에 배부를 리 없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꿈을 놓지않고 펼쳐갈 수 있다는 데에서 많은 사람들은 안도하며 기뻐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최근에는 범 조경계를 아우를 컨트럴타워 격인 '(가칭)한국조경연합회'가 공식 제안되었고 이와 다른 해법도 등장함으로써 통합조직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조경진흥법 제정 과정에서 단체 설립지원 규정이 무산돼 제도적인 도움없이 사실상 자주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어려운 시기가 분명하지만 반전의 기회가 마련됐으므로 이제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본격적인 논의가 돼야 할 것이다.

현재 통합단체는 크게 세 형태로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기존 단체들이 학계는 조경학회 중심으로 산업계는 조경사회를 중심으로 산하기구 또는 협력기구 역할로 재편됨으로써 강력한 두 단체를 만들어내고, 환경조경발전재단이 컨트럴타워 역할을 하자는 내용이다. 현재의 시스템을 보완해서 강화하는 형태의 이 주장은 이용훈 현 환경조경발전재단 공동이사장이 제기했다.

두 번째는 한국조경학회를 중심으로 관련 학회들이 '한국조경연합학회', 산업계는 한국조경사회를 중심으로 '한국조경연합협회'를 만들고, 이 두 단체를 통합해 ‘한국조경연합회’를 조직하자는 것이다. 기존 시스템을 넘어 새로운 두 개의 통합조직을 주창한 이는 조경학회장 겸 발전재단 이사장을 지낸 조세환 교수다.

세 번째는 좀더 광범위한 내용의 조경분야 단체들을 모두 참여시키는 '조경단체총연합회'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다양한 분야와 인접해 있는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한국조경신문이 2008년부터 제시하고 있는 대안이다.

자, 무엇이 됐든 지금은 범 조경계 컨트럴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룰 이유가 없다. 오히려 주요 단체장이 바뀌는 지금이 최적의 시기가 될 수도 있다.

논의과정에서 주요하게 짚어야 할 대목은 조경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며, 이해가 다를 수 있는 단체와의 융합은 어떻게 할 것인가, 통합단체를 통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등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그동안 6개 단체가 모인 환경조경발전재단이 그 역할을 잘 해왔다. 고된 일 마다않고 오래 헌신한 성과로 '조경진흥법'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크게 박수받을 리딩그룹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변화된 시대환경과 주변분야의 움직임에 더 능동적이고 발빠르게 대처하는 해야 할 시점에서 6개 단체만이 모인 발전재단이 과연 최선일까 하는 물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발전재단이 대대손손 '지고지선'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전성기를 지나 많이 허약해지고 왜소해진 조경산업 현실이지만 주변의 많은 분야에서 지켜보고 있으며 함께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손 내밀어 자신있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주도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우리는 끼리끼리만 바라보고 챙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수성하기에 급급하다보니 지금까지는 뭉치는 게 더 급했을 수 있지만 이제는 아니다. 법이 만들어졌고, 녹색인프라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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