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명물이자 남해안 대표 관광지로 떠오른 ‘동피랑 벽화마을’ 일등공신인 윤미숙 푸른통영21 사무국장이 지난 연말 통영시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

사전에 통보도 없었고 해고사유도 대지 못하더니 사태가 시끄러워지자 통영시는 구차하고 민망한 이유를 들고 나왔다. 9년간 헌신하며 지역을 위해 일해 온 활동가를 내치는 방법치고는 아주 고약하다. 아니나 다를까 지역사회와 지방신문에서 들고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전국의 주요 신문방송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 보도 범위 또한 처음에는 사태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김동진 현 시장을 겨냥해 ‘정치적 배경에 따른 해고’라는 보도가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2년 단위로 재계약 하도록 돼 있어서 이번에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그 배경에는 ‘지난 선거에서 현 김동진 시장의 선거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윤미숙 국장이 거절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우선 노동법상으로 볼 때 아무리 계약직이더라도 9년 동안 일해 온 무기계약직 상태이므로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이미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또한 해고통지는 최소 30일 전에 해야 하지만, 이번의 경우 사전예고 없이 29일 통보, 30일 해고가 진행돼 통영시는 행정상으로 완벽한 부당해고를 저지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마을만들기’를 대하는 자치단체장인 김동진 시장과 실무부서인 환경과 공무원들의 천박한 인식이라는 점이다. 현재 전개되는 마을만들기는 과거 관 주도방식의 캠페인과는 달리 전문가가 투입돼 주민들이 스스로 주도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의 역할은 최소화돼야 하며, 간섭이 아닌 지원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통영시 사태는 관의 간섭 중 가장 몹쓸 사례인 인사권을 두고 정치적 길들이기를 하려는 데에 그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이래서는 마을 활동가들이 소신껏 일을 할 수 없을뿐더러 지역과 도시에서도 본연의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손해는 주민들이 보게 된다.

일개 사무국장의 해고 사태가 통영시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관의 개입이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낙후지역 활성화를 위해 9년간 박봉의 마을 활동가로 일해 온 사람이다. 그것도 동피랑 벽화마을 및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강구안 푸른골목만들기, 서피랑 마을만들기 등 굵직굵직한 업적을 이룬 활동가다. 통영시와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보답하기는 커녕 최소한의 예의나 절차도 없이 단칼로 자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전국에 있는 마을만들기 활동가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는 것은 이런 나쁜 선례를 남겨두면 언젠가는 자신의 지역에서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지난 십여 년간 어렵게 일궈온 마을만들기 자산이 일순간에 물거품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통영시는 그동안 우리나라 대표적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부각되며 수많은 혜택을 가졌지만 이 문제가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그 훌륭한 자산을 누릴 자격이 없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권한을 대표해서 위임한 것이지, 삶과 행복마저 빼앗아갈 권리까지는 주지 않았다. 낙후지역 주민들과 9년간 함께 해온 희로애락을, 아무리 시장이라도 이렇게 뜬금없이 내쳐서는 안된다. 마을만들기는 정치논리에서 벗어나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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