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의정부에 소재한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3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번 참사는 부실시공보다 국가 건축정책의 무모한 규제완화가 더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10층 건물의 외벽은 가연소재인 스티로폼 드라이비트로 마감됐고,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으며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는 150cm에 불과했다. 옥상에서는 57cm였다고 한다. 1층에서 시작된 불은 옆 아파트까지 옮겨 붙었지만 소방통로는 막혀있어 불길을 더 일찍 잡지 못했다.

이런 조건들을 대입해 보더라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참사 아니었을까? 어떻게 도시 한복판에 휘발유 같은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일까?

거슬러 올라가면 2009년 5월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도시형 생활주택’ 정책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정부의 주거정책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고 건축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종 주택건설 기준과 부대시설 등의 설치기준 및 적용을 배제하거나 완화시킨 것이 그 핵심내용이다. 주택법에서 정한 감리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어린이놀이터와 조경 등의 기준도 적용받지 않았다. 건물 간격과 스프링클러 설치도 완화했고 주차공간 의무도 사라져 골목길 소방도로 확보에는 더욱 힘들어졌다. 건축경기 활성화를 위해 건축 규제를 완화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한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도박의 끝을 알 수가 없다는 데에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국가정책에서 규제완화가 제1순위인 것처럼 모든 것에 앞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규제완화가 지고지선인 시대가 돼버렸다. 1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수도권 규제를 말기 암덩어리로 규정하면서, 올해 안에 단두대에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국가 규제정책회의 명칭마저 단두대를 의미하는 ‘기요틴(guillotine)’을 등장시켜 ‘규제기요틴 민관합동회의’라 부르는 등 정부의 의지가 왜곡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도시형 생활주택’의 안전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매번 병 주고 약 주는 모습에 더 이상 고와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사례가 있다. 수원시는 정부의 건축규제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7월 도시형 생활주택 부작용을 미리 파악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규제를 강화한 사실이다.

수원시는 국토부의 기준에도 불구하고 최소 전용면적을 1㎡ 넓은 15㎡로 잡았고, 60㎡ 당 1대의 주차장을 확보하도록 돼 있는 국토부 건설 방침과는 달리 가구 수별로 0.5대를 확보토록 했으며, 건물 내부 도로폭을 1.8m이상으로 정하고 소음규정 적용 및 주민편익을 위한 옥상정원을 설치하도록 조례를 고친 것이다.

수도권 대표적인 고밀도시이면서도 수원시는 시정운영의 가치를 시민의 안전을 우선한 것은 지금 이 시기에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참사 이후 경실련은 성명을 내고 다음과 같이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부동산과 주택은 기업의 돈벌이나 경기부양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잘못된 규제나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하지만, 섣부르고 원칙 없는 규제완화정책은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피해만 유발할 뿐”이라며 경고한 것이다. 광란의 질주를 당장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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