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공원’에 시립교향악단 전용 콘서트홀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3년 전 1만1172명의 국민이 참여해 만든 공원의 역사성, 상징성을 없앤다는 것인데 논의과정이나 언급도 없었다. 공원녹지를 개발사업으로 전용하는 과정에서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2000억 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콘서트홀 건립계획을 깜짝 발표하면서 그로인한 공공의 피해를 모르쇠 하는 행태는 국민들에게서 ‘소통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대중친화력을 높여가고 있는 박원순 시장 스타일과 거리가 있다. 특히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원녹지는 당연히 없어져도 되는 것 마냥 아무렇지도 않게 제거의 대상으로 삼고 그 과정에서 공원녹지부서와 협의 및 시민 의견수렴 절차도 생략하는 일련의 사례를 접하면서 ‘불통’이라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물론 시민들의 귀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이 더 좋은 여건에서 많은 시민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취지에 이견은 없다. 현재는 예술의전당을 빌려 공연하고 있지만 대관일정 잡기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시급성도 인정된다. 또 교통 요충지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을 거점으로 콘서트홀이 추가로 세워진다면 문화예술의 종합공연장으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 있겠다는 구상 또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할지라도 불과 3년 밖에 안 된 시민들의 세종로공원을 철거해야 하는 사안을 사전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서울시의 이런 결정에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재계약 선결조건으로 전용 공연장 건립을 압박하고 나선 것도 결정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고 볼 수 있다. 2005년 서울시가 자신을 예술감독으로 영입할 당시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을 약속했던 사실과 서울시향 예산이 3년 전보다 20%가량 삭감된 점을 거론하면서 모양 상 배수진을 쳤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깜짝 발표는 정명훈 감독을 붙잡아두기 위해 충분한 검토없이 급조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 정치적 퍼포먼스에 서울시민들의 공동자산인 ‘공원’에 대한 배려가 일체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시는 지난 번에도 암사정수센터 옥상부지 1만5000여㎡ 면적에 조성하기로 설계돼 있었던 옥상녹화 사업을 느닷없이 태양광시설 설치로 변경한다고 백지화하면서 큰 갈등을 빚었다. 이 때도 사전 협의나 타당성검토, 주민의견수렴 등이 생략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왜 서울시는 신규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 공원녹지 공간을 시민들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멋대로 없애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환경부 사업 중에는 ‘생태계보전협력금’이라는 제도가 있다. 자연환경 또는 생태계를 훼손하는 개발 사업자에 대하여 ‘훼손보상금’ 성격의 생태계보전협력금을 부과하고, 추후 그에 상응하는 복원사업이 전개될 경우에 다시 투자하는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이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을 말한다. 이 훼손보상금을 내야하는 사업에는 도시의 개발사업, 산업입지 및 산업단지의 조성사업, 에너지 개발사업, 도로의 건설사업, 하천의 이용 및 개발 사업, 개간 및 공유수면의 매립사업, 관광단지의 개발사업, 체육시설의 설치사업, 폐기물 처리시설의 설치사업 등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이 포함된다.

개발행위를 위해 부득이 자연생태를 훼손할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책 마련을 강제하는 것이 핵심가치이다. 공원녹지 또한 오늘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일을 대비하기 위한 공공의 자산이므로, 이를 지키고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은 우리 세대 의무요 책임인 것이다.

 

논설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