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공사업을 하고 있는 A업체는 관할 지자체에서 부실건설업체로 의심된다며 "자본금 실태 조사자료를 2월 15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 제출 때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조경업체들이 ‘구입한 지 1년이 지난 재고수목’을 자본금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대거 부실업체로 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토부가 ‘건설업 부실업체 조기경보시스템’을 도입해 자본금 기준미달 의심업체 1만2461곳을 적발했다고 자화자찬한 이후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최근 국토부가 자본금을 대부분 수목자산으로 잡은 조경업체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라는 지시를 지자체로 보내면서 자본금 확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조경업체들이 분주해졌다.

종합건설업의 조경공사업은 7억 원, 전문건설업의 조경식재공사업이나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은 각 2억 원 이상의 자본금을 충족해야 한다.

건설업체들의 자본금 실태를 확인하는 것은 부실업체들을 퇴출해 건설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3년에 한 번 ‘주기적 신고’와 불시에 이뤄지는 ‘실태조사’가 있으며, 2010년 11월 ‘건설업 관리규정’을 시행하면서부터는 심사기준과 사후관리가 더욱 엄격해졌다. 하지만 ‘주기적 신고’를 없애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조기경보시스템’이 이를 대체될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은 병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건설업체 기업진단 지침’ 중 재고자산 평가항목에 1년이 지난 재고자산의 경우 자본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이 수목에도 적용되면서 자본금의 상당 부분을 수목으로 충족해 오던 많은 조경업체들이 퇴출 위기를 맞고 있는 것.

이에 조경업체들은 수목의 특수성을 반영해 1년이 지난 수목도 자본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건설공사의 재고자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져 불용처리가 되지만, 수목의 경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데 왜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재고자산 평가항목에도 조경·조경식재공사업을 위한 수목자산이 건설업과 연관돼 있다면 보유 기간에 관계없이 실질자산으로 인정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반드시 1년이 지난 수목이 부실자산으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1년이 지난 수목이 부실자산이 아닌 실질자산으로 인정된다고 해도, 건설자산이 아니라 유통자산이라는 견해다. 대부분 조경건설업체들이 건설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목유통업을 겸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엄밀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년에 시행할 공사가 있어서 올해 나무를 미리 사다 놓는 것이라면 인정하지만 막연하게 보유하고 있는 수목을 건설자산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수목의 경우 명세서, 계약서, 공사현장 투입 정황 등을 입증하지 못하면 판매 및 임업용 수목으로 보고 겸업자산으로 평가하는 심사방침이 있다.

하지만 조경건설업체의 경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종자나 묘목을 심어 생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1년 이상이 지났다고 해서 건설자산이 아니라거나 혹은 부실자산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국토부에서는 재고자산은 대부분 건설자산으로 인정 안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미 시행된 지 몇 해가 지났지만, 그간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도 있고, 특히 이번에 피해 보는 조경업체가 많아지면서 이 문제에 대해 개선점을 찾기 위해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고수목의 부실자산 처리 방침으로 기존 조경건설업체가 대거 시장에서 퇴출되면 그 자리를 건축 및 토목업체들이 채우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실업체 난립으로 인한 시장질서 교란도 문제지만, 조경건설업의 전문성이 침해받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