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토론회에 참가자한 주민이 도출해 낸 사업 아이디어들을 지도에 작성해 발표 중이다.

시민들이 주도하는 집단지성은 공무원의 책상보다도 번뜩였다.

전남 순천시 원도심 주민들의 선택은 ‘역시정원(驛市庭園)’이었다. 순천역과 역전시장, 그리고 정원을 도시재생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순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역세권 중심의 도시재생 방안’을 주민 스스로 이끌어내는 집중검토회의가 순천시 도시재생과 주관으로 진행됐다. 회의 진행은 오민근 순천시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가 맡았다.

'역세권(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을 위한 주민 집중검토회의' 마지막 순서인 이날은 주민들이 모둠별로 작성한 도시재생 전략을 총화하고 세부 추진목표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표 작성 시간에 참가자들은 3박 4일 동안 집중 토론회의를 통해 이끌어낸 결론을 모아 앵커(핵심)사업, 일반사업으로 나누어 배경, 목적, 여건, 세부사업 등의 내용을 써내려 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복잡해 보이는 여러 항목을 막힘없이 채워가던 주민들 모습은 ‘자기주도학습’에 익숙해진 수험생 같았다.

나흘 동안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집중검토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상지 주민, 상인 대표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역세권 6개 동 대표들, 시장번영회 대표들, 담당 공무원들이 골고루 섞여 7개 조로 흩어졌다. 이것은 자기 집단만의 권익을 주장하지 않고, 각 이해관계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대상지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서로에게 터무니 없는 요구가 아닌 실현 가능한 방안을 이끌어내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참가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조성해주었다. 참신한 토론방식 자체가 창의적인 논의 결과를 낳았다.
 

▲ 마지막 순서로 결과 사업들을 최종 정리 중인 참가자들.

먼저 텅 빈 역전광장과 역전시장에 대해서는 모든 조의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순천역 앞 광장에는 순천만정원을 찾는 관광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관광안내나 홍보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순천역과 역세권은 그저 순천만으로 가는 통행구역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라며 한탄했다. 주민들은 광장이 관광거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원, 안내·관광·홍보부스(센터), 랜드마크 조형물, LED 분수 등을 조성해야 한다는 해법을 스스로 내놓았다.

주민들이 제안한 다양한 사업들의 주요한 공통점은 ‘정원산업과의 밀접한 연계’였다. 배후지역에 정원용품을 제작·판매하는 ‘가드닝정원산업단지’를 설치하자는 사업제안과 함께, 정원 중심의 ‘테마거리’ 조성 아이디어가 나왔다. 역-역전시장-동천-순천만정원을 연결하고 이 거리에서 정원(꽃길), 먹을거리, 볼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공통 제안과 더불어, 순천을 상징하는 'S'자 다리와 고가도로 조성, 미관다리 조성 등을 통한 관광자원 간 접근성 증대, 동천을 수경공간으로 생태문화관광에 활용하자는 등의 의견들이 속속 제기됐다.

이 밖에도 ▲조곡동 동사무소 주변 공원화 ▲정채봉 동화마을을 테마로 축제·행사, 다양한 동화 콘텐츠를 활용한 테마거리 ▲재난·재해 체험센터(생활안전 체험센터) 조성 등의 풍성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순천 지역민 스스로가 빈 틈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메꾸고 해결할 방안을 찾았다는 점에서 주민주도 방식의 강점이 잘 드러난 행사였다. 기나긴 토론 속에서 순천 역세권의 핵심 사안들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역시 ‘정원’을 슬로건으로 뽑아낸 순천시민다웠다.
 

▲ 순천시 역세권 도시재생 방안을 위한 주민 집중검토 회의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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