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린 어느 워크숍에서 일본정원이 전 세계에 400곳이 넘는다는 자료가 발표됐다. 더 놀라운 것은 패망 직후인 1948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이미 189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일본 양식의 정원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주최로 열린 ‘일본정원의 이해’ 워크숍에서 일본의 교수진과 전문가들이 모여 이해를 돕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일본은 일본정원의 세계화 전략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원의 노출을 시도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5천만 명이 방문한 1900년 파리 박람회, 2천만 명이 방문한 1933년 시카고 박람회를 비롯한 세계 여러 곳곳에 자신들의 정원을 보여주는 시도를 했다.

이런 박람회를 통해 일본은 문화의 이해나 정확성에 상관없이 세계인들에게 일본 정원문화의 흥미를 점화시켰다. 더욱이 일본의 문화가 배경이 된 모네의 ‘일본의상의 여자(1876)’나 고흐의 ‘탕기영감의 초상(1887)’의 작품에서 보듯 그들의 고도의 계산된 문화 전파 전략에 이견을 달 수 없다.

그리고 일전에 본보에 실린 어느 기고에서도 보면 일본은 해외진출에 매우 전략적으로 정원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은 1984년을 기점으로 이후 10년(1984~1993년, 1994~2003년) 간격으로 각각 100여 개 이상의 일본정원을 꾸준히 전 세계적으로 조성 및 공개하고, 2004년 이후에도 연간 10여 개소의 일본정원이 건설되고 있다는 점을 들은 것이다.

2006년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일본정원의 약 30% 이상인 150개 정원이 일본 지방자치단체와 세계 여러 나라들과 자매결연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외에도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일본정원이 꾸준히 조성되고 있다. 유명한 일본정원이 산재한 곳에서는 지역에서 자체 동호회가 구성되고 심지어는 정기적으로 원조 일본정원을 답사하러 직접 일본을 가는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한다.

일본의 이런 정원의 전파가 시사하는 점이 무엇일까? 정원문화가 발달한 나라들은 일찌감치 교류국에 자국의 정원을 조성해서 문화를 전파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우리도 주거환경에 따라 고유한 정원양식과 문화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계승이 부족했고 갑작스러운 아파트 거주환경으로 바뀌면서 지금은 자취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불고 있는 정원문화에 대한 열기에 맞춰 지금이라도 국가적인 ‘한국 정원 세계화를 위한 전략’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정원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해외에 전파하는 사업을 민간과 함께 적극 펼쳐야 한다. 현재 국립수목원을 중심으로 한국 정원모델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체계적 성과를 널리 공유하는 일이 시급하다. 꾸준히 한국적 모델 개발을 위한 정원 디자이너들을 양성하고, 이에 대한 투자와 국제적 교류도 요구된다.

정원을 단순히 화폐단위로만 계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신한류의 감성적 기능과 문화적 부가가치를 포괄적으로 산입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미래가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원을 세계로 확산시키는 일은 국가와 함께 국민적 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할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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