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 전남 진도군 백동 무궁화동산에서는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 기념식이 진행됐다. <사진제공 트리플래닛>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두고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 사업이 진도에서 본격 시작됐다. 이 사업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10일 오후 전남 진도군 백동 무궁화동산에서는 숲 조성을 제안한 오드리 헵번의 아들 션 헵번 페러(Sean Hepburn Ferrer) 오드리 헵번 어린이재단 이사장과 세월호 실종자·희생자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이동진 진도군수와 숲 조성을 주관하는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 관계자 등도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직접 삽을 들고 은행나무 30그루를 심었다. 은행나무는 천 년을 넘게 살 수 있으며 가을이면 노란빛으로 물들어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 리본을 떠올리게 한다.

션 헵번은 이날 “오늘 심는 은행나무를 시작으로 많은 분이 숲 조성에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 이 숲은 세월호 사건으로 상처 입은 모든 분을 위한 숲이며, 온 국민이 서로를 위로하고 희생자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기념식에 참석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우리의 천사들을 멀리서 기억해주신 오드리 헵번 가족께 감사드린다는 내용을 써 나무에 매달았다.<사진제공 트리플래닛>

션 헵번은 식수를 마친 뒤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내용을 써 나무에 걸었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우리의 천사들을 멀리서 기억해주신 오드리 헵번 가족께 감사드린다는 내용을 써 나무에 매달았다.

‘세월호 기억의 숲’은 전남 진도군의 부지 협조로 팽목항에서 4.16㎞ 떨어진 진도군 백동 무궁화동산에 3000㎡ 규모로 조성된다. 추모숲에는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 이름과 가족, 생존자들이 작성한 메시지 등이 새겨진 상징물 ‘세월호 기억의 방’도 만든다. 기억의 방은 건축가 양수인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교수의 재능기부로 만들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션 헵번이 지난해 5월 전자우편을 통해 트리플래닛에 제안해 시작됐다. 숲 조성 재원은 헵번 가족이 기부한 5000만 원 등을 포함해 트리플래닛 누리집(http://treepla.net/sewol_forest.html)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션 헵번은 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 가족은 정치나 이념을 떠나서 가족으로써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족의 비극적인 아픔, 정치를 떠나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고 싶었다”며 “이 장소가 계속 존재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 장소를 볼 때마다 더는 이런 참담한 비극이 발생하질 않길 기원한다고 되뇌길 바란다”고 기억의 숲 조성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35년 전 한국 영화 ‘인천’ 투자 배급을 위해 한국에서 머문 경험을 전하면서 “그 당시 한국은 지금과는 매우 다르다. 그런데도 고쳐지지 않은 게 있는데, 그것이 기업의 탐욕”이라며 “기업가들이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다보니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션 헵번은 또한 “유가족분들과 함께 시작하는 이 캠페인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미래에 이러한 일이 또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인권 문제다. 평등한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를 만드는데 우리의 활동이 도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션의 아내 카린 호퍼 헵번은 ‘세월호 참사’를 겪은 가족들에게 “엄마로서 이 아픔에 깊게 공감한다.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께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매일매일 기억나겠지만 포기 말고, 일을 진행해 나간다면 사회에 발전된 모습을 남길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션 헵번과 가족은 지난해 5월 트리플래닛에 이 프로젝트를 제안한 후 1년 동안 기억의 숲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션과 트리플래닛은 숲 조성에 앞서 ‘9.11 메모리얼 공원’ 등을 답사하고 유가족들과 수시로 협의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

헵번 가족과 한국 사회적기업 트리플래닛이 함께 하는 세월호 기억의 숲(sewolforest.org) 조성 프로젝트에는 14일까지 약 700명이 참가해 4700여만 원을 모았다. 목표 모금액은 1억 원이다. 션 헵번 페러는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숲 조성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데 ‘세월호 기억의 숲’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오드리 헵번의 아들 션 헵번 페러(Sean Hepburn Ferrer) 오드리 헵번 어린이재단 이사장은 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 배경 등을 설명했다.<사진제공 트리플래닛>

 

▲ 션 헵번과 아내 카린 호퍼 헵번이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 트리플래닛>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