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이다. 어려운 건설경기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현장을 지켜온 조경인들에게 이번 가뭄은 가혹하기만 하다.

조경수 및 초화, 잔디 생산농가들은 농장에 물을 대느라 초비상 시국이다. 조경식재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시공업체들은 더더욱 하늘이 야속하기만 할 것이다. 물도 없는 이 땡볕에 꽃과 나무를 심지 않으면 안 되는 야멸찬 현실 때문이다. 준공기일이 정해져 있으니 불 보듯 뻔한 하자를 각오하고 공사를 해야 하는 심정을 하늘은 알고 있을까?

공원녹지의 유지관리를 맡은 지자체들은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비상관수에 나서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때아닌 물차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기 북부에서 관수차량을 구하려 해도 수도권에서는 찾을 수가 없으니 남부지역에서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가뭄이 남부지방으로 확산되는 추세라 전국적 품귀현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재난상황 가운데 조경수 물주머니, 양수기 등 비상 관수용품들은 특수를 맞고 있다고 한다. ‘나무의 링거’라 불리며 도로변 가로수들이 달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수목 물주머니는 올해 들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달갑지가 않다.

가뭄이 계속되면 생명을 다루고 있는 조경산업은 전혀 준비 안 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다른 건설산업과 분명히 다른 상황이지만, 일선 현장에서 기일도 없이 계속되고 있는 관수비용은 반영되지 않은 채 시공업체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떠맡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경수 생산농가들의 피해도 크다. 굴취해 두었거나 이식 후 얼마 되지 않은 나무들은 지속적인 관수작업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더울 때는 피해를 보면 회복이 어려우므로 잠시라도 물 호스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때를 대비하고 국가 물 부족사태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던 4대강 사업은 주변 농경지에 농업용수 공급은커녕 제 배도 못 채운 채 쩍쩍 갈라져 있으니 누구에게 야속함을 호소해야 할까?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태풍 등의 재해가 더욱 일상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은 눈앞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더 멀리는 지속할 수 있는 조경산업을 위해서 이제라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방어 가능한 자연재해의 용량을 늘려 잡아야 한다.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가뭄의 기한이 석 달이라면 네 달 다섯 달로 늘려야 하고,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한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서 하수처리용량을 더 크게 잡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수저장시설 등 자연자원을 허비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생활 속으로 가져오는 것 또한 절실하다.

최선을 다해 생명을 살리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부득이 재해를 입었다면 적절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자연재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농작물에 대한 보상은 진행되지만 여기에 조경수는 외면되기 일쑤다. 조경수 정책을 담당하는 산림청에서는 다른 농작물의 기준에 맞도록 조경수 재해 기준은 어떤지 살피고 챙겨야 한다.

건설 부문에서도 조경분야 자연재해 관련 제도 및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발주처와 대형 건설사들이 자연재해가 왔을 때 긴급 비상체계를 유지하고, 재해를 입은 조경수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근거 정비가 시급하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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