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이 여타 건설업종과 가장 큰 차이는 생명 있는 식물을 이용하여 조성한다는 점이다. 누군가 관리하지 않으면 건설공사의 품질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기 때문에 공사 완료 후 유지관리와 하자처리 방식이 여타 건설업종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그런데 조경 또한 여타 건설업종과 마찬가지로 준공시점에서 발주자 또는 사용자에게 관리권한을 넘긴 채 모든 공사를 종료하게 된다. 그리고 하자이행 의무기간까지의 책임은 시공회사에게 주어진다. 다시 말해 유지관리에 대한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하자까지도 시공회사는 자유롭지가 않은 것이다.

다행히 성실한 유지관리인을 만나 조경수의 생리작용에 따른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나 몰라라 방치하는 유지관리인을 만나게 된다면 시공회사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요즘처럼 극심한 가뭄이 왔을 때 나무에 물주고 관리하지 않으면 새로 옮겨 심은 나무들이 어떻게 버티겠는가? 그렇다고 방치해서 고사하면 뻔뻔스럽게도 하자보수 요청이 오게 될 것이어서 손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공사비에 유지관리비가 포함된 것도 아니므로 관수 작업비용의 지출은 고스란히 손실이 된다.

유지관리인과 고사의 원인을 놓고 따져보고 싶지만 갑을관계에 놓인 수많은 조경의 ‘을’은 눈물 머금고 현실에 순응하기 일쑤였다.

이런 비상식의 역사에 종말을 고해야 한다.

조경공사 준공 후 하자보수 의무이행 기간 동안에는 생명을 보살피고 지킬 수 있도록 유지관리비 지급을 의무화시키는 것은 조경건설업의 제 역할 수행을 위한 상식이다.

다행히 LH와 서울시를 비롯한 공공에서 유지관리비 반영을 위한 규정을 마련했고 점차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전 공공의 영역으로 민간 건설업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할 때다.

사람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건설업의 경우 유지보수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승강기 분야다.

승강기는 최초 설치 후 시공회사가 보통 3개월의 점검 및 A/S를 책임지지만 이후에는 별도의 유지보수 계약을 맺도록 돼 있다. 국민안전처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 안전에 대해서 안전검사와 업체관리, 인력양성을 책임지고 있다.

조경 또한 이를 모델로 준공 후 유지관리에 대한 용역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현실이 어떠한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며 그에 따른 정책개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아파트 조경수에 대한 병해충방제 용역이 조경회사나 나무병원이 아닌 해충을 박멸하는 방제회사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조경수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 우선돼 종합적인 처방이 이뤄져야지, 해충을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약제 살포가 자행된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너무 안일하게 대응해 왔으며, 전문가의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역대급 가뭄이라고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상이변은 점차 일상화되는 추세다. 언제까지 볼멘 소리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논설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