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관리사무소처럼 주택가에도 마을관리사무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마을의 문제를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볼 법한 생각이다. 쓰레기처리, 분리수거가 그렇고 주택이 파손되거나 시설이 고장 나고, 택배 받을 곳 없을 때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단순한 불편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까지 걸려있는 주거취약지역 주민에게는 보통의 주택관리 외에도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마을관리사무소 서비스를 시작한 부산 동구 범일동 매축지마을은 종전 아파트관리사무소 기능에 더해 작은 복지관, 작은 보건소, 작은 주민자치센터 역할까지 담아내겠다고 하니 그래서 더욱 반갑다.

노후화된 주택과 1인 가구 증가, 주민 고령화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병원조차 혼자가기 어렵거나 심지어 고독사와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절실한 필요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마땅히 사회복지 안전망과 지역사회 시스템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마을관리사무소 사업의 성공 열쇠는 ‘지원’에 있지 않고 ‘자립’에 있다. 주민들이 함께 마을관리사무소 운영에 참여하고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역할과 권한이 부여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탄생한 부산의 마을관리사무소 모델이 더욱 값지고 귀한 것은 기획·운영주체인 사회복지법인 ‘우리마을’이 이러한 사명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차근차근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마을’은 2010년에 시민 스스로 복지법인을 만들어 운영·관리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특정인에게 좌지우지되는 법인이 아니라 모든 회원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직접 운영하도록 추진해왔다. 마을의 문제를 풀고자 활동가들이 오래 전부터 머리 맞대고 더 좋은 해법을 찾다가 ‘마을관리사무소’를 착안하게 됐다고 한다. 마침 관리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부산의 한 마을공동체 운영을 이들이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마을관리사무소가 탄생할 수 있었다.

매축지마을과 같은 모델을 필요로 하는 곳은 우리사회 곳곳에 정말 많다. 여러 가지 복지수요와 사회적 트렌드로 봤을 때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인천광역시에서도 마을주택관리소를 우선 설치할 선도구역 5개소를 선정해 추진 중이라고 하니, 부산이건 인천이건 각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하려는 요청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마다 가진 여건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마을관리사무소 ‘마실’의 특징은 무엇보다 ‘주민주도 방식’에 있다. 초창기 인프라 구축과 지원은 사회복지법인 우리마을이 함께 하더라도 한시적인 것이며, 주민들이 함께 관리소장을 뽑아 회비를 걷고 집행하는 방식을 지향하면서, 일정 시점 후에는 역량을 갖춘 주민들이 직접 담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복지사각지대를 중심으로 마을관리사무소를 시작하지만 점차 주거취약지역이나 주택밀집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큰 모델이다. 중요한 가치는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복지를 확대하며, 민원서비스 해소 등 주거와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있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는 주민들이 있어야 한다.

관 주도의 일방통행식이거나 의무적인 형태로 전개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므로 서두르지 않는 게 좋다. 사회복지법인 우리마을은 마을관리사무소 ‘마실’을 시작하기까지 5년의 세월을 인내하고 준비해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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